자녀들 앞에서 부부싸움을 해야 한다면
지혜가 필요하다.
사실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안 싸우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마다 각기 성격도 틀리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니 당연히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녀가 있는 부부라면 부부싸움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나름 조심을 하려고 핮지만 때로는 자신의 감정에 이끌려 기분 내키는 데로 싸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부모가 싸운다고 어린 자녀들이 불안이나 공포를 제대로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이들은 이미 겁에 너무 질려 있기 때문에, 대부분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고 아무 말도 못 하게 된다. 그러면 또 부모들은 다 괜찮은 줄 알지만 절대로 괜찮지 않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싸움은 예고 없는 전쟁을 경험한 것과 같다. 따라서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부부간에 일어나는 문제를 아이들 때문에 무조건 회피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그럼 자녀들이 있다면 어떻게 부부싸움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자녀들이 아직 언어 표현이 서투른 나이라면, 웬만하면 아이들 앞에서 싸우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어린아이들의 경우, 엄마 아빠가 싸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고, 또 부모가 화내고 소리치는 낯선 모습에 큰 공포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유아들은 아직 대화로 이해시키기도 힘들고, 아이들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방법이 서툴다. 꼭 배우자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 사안이 있다면, 자녀가 잠든 이후나, 자녀가 없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싸운다면, 언성을 너무 높인다거나 화를 내고 물건을 던지는 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부부싸움, 심하게 싸우면 아동학대가 된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자녀 앞에서, 배우자에게 폭언을 하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는 행위는 폭력과 학대에 가깝다. 아동학대중엔 정서학대라는 것이있다. 정서학대 안에는 자녀들을 향한 언어학대와 가정폭력의 증인이 되는 것도 해당된다. 자녀에게 직접 신체적 해를 주지 않더라도, 이런 정서학대는 아이들의 마음에 심한 상처와 공허함을 남긴다. 왜냐하면 부모가 자녀들에게 안전하고 믿을만한 사람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꼭 알려주자.
학령기 전의 아이들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모든 일을 자기중심에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남들에게 선물을 줄 때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것을 보면, 아이들은 자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싸운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유 없는 죄책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혹 싸우더라도 아이들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하고 안심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나이가 어느 정도 부모와 대화할 수준이 된다면, 엄마 아빠도 가끔은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한다는 것을 미리 설명해 주어야 한다.
화해를 했으면 아이들에게도 알려주자.
많은 부부들이 어제까지 으르렁거리고 싸우다가, 다음날 아침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 다정하게 행동할 때가 있다. 물론 어른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부부는 하루 밤사이에도 오해가 풀리고 화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들이 그 화해의 과정을 보지 못했다면, 무척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들의 불안만 높아지고 눈치만 살피게 된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의 이런 행동이 전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만약 배우자와 화해를 했다면 아이들에게도 꼭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무섭고 공포스러웠던 그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필요하다 “ 엄마 아빠가 어제 싸워서 무서웠지? 미안해.. 너희들 자고 있을 때, 엄마랑 아빠가 잘 이야기해서 풀었어. 너랑 오빠가 싸우는 것처럼, 엄마 아빠도 싸울 때가 있어. 그렇지만 어제 잘 이야기해서 화해했어”라고 꼭 말해주어야 한다.
배우자를 아이들 앞에서 너무 비난하지도 말고 너무 두둔하지도 말자
많은 엄마 아빠들이 배우자가 없을 때 자녀들에게 배우자의 욕을 하기도 하고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물론 때론 그럴 수도 있지만, 배우자를 향한 이유 없는 비난은 자녀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엄마 아빠에 대해서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다. “너네 엄마는 헤퍼서 문제야 문제! “라기보다는 아빠는 엄마가 경제관념이 없어서 너무 싫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엄마들이 “너는 절대 아빠 같은 사람 만나지 마라 라던지, 아빠처럼 되지 마라”라고 아빠의 존재를 부정하는 말을 하면 아이들은 너무 혼란스럽게 된다. 왜냐하면 자녀 안에 아빠의 피도 흐르기 때문이다. 그 말은 내 안에 아빠의 모습이 보이면, 엄마는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런 부정성은 후에 자녀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자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자녀를 자신의 비밀친구로 만들지 마라. “ 엄마가 이런 말 한 거 아빠한테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 내지는 할머니한테 말하면 안 돼” 이런 말은 아이에게 정말 무거운 짐이 되고 이유 없는 죄책감을 심어주게 된다. 자녀와 친하다고 자녀를 친구처럼 대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그리고 반대로 무조건 배우자를 두둔하는 경우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예를 들어, 어제 아빠가 술에 취해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엄마랑 크게 다투고 나서도, 아이에겐 “ 너는 그래도 아빠를 존경해야 한다 라던지, 아빠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다”라고 무조건 두둔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자녀의 생각이나 감정을 무조건 억압하는 것이기도 하고, 살아가면서 해선 안 되는 행동은 분명히 있는데 부모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이상한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 아빠가 어제 000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아빠도 아직 고치지 못하고 있어서 엄마도 걱정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낫다.
아이들 문제로 싸울 때에도 자녀의 존재가 부정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자녀들이 커가면서, 특히 사춘기엔 부모들이 자녀문제 특히 교육문제로 싸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사실 아이들, 특히 사춘기 아이들은 자기 때문에 싸우는 부모를 볼 때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럽다. 왜냐하면 자신이 부모의 불행에 원인이고 부모에게 짐이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자신의 존재 자체가 가정에 문제인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더욱 아이들이 자라면 부부싸움의 이유를 좀 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엄마 아빠가 000문제로 의견 차이가 있지만, 너 때문은 아니다. 엄마 아빠가 잘 해결하려고 그러는 것이다”라는 것을 분명히 말해 줘야 한다.
특히 사춘기를 맞이하는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부부싸움을 더 지혜롭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도 똑같이 부모의 문제 해결 방식을 보고 배울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대화하고 소통하고 합의하는 법을 자녀들에게 가르쳐 줄 것인지, 아니면 화내고 비난하고 회피하는 것을 가르칠 것인지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부부싸움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과정을 통해서 서로의 오해가 풀리고 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싸움을 하는 방법엔 분명히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이 있다.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부부의 부부싸움을 자녀가 보고 큰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