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별명이 참 많다. 맥시머스, 왜 버려? 그리고 준비남!
맥시머스란 별명은 물건을 살 때 남편은 주로 대용량, 할인 용품 그리고 될 수 있으면 큰 사이즈는 선호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래서 미국 대형 할인마트 코스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가 늘 말하기를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이 창고에 가지런히 쌓여있을 때 기분이 그렇게 좋아진다고 한다. 반대로 나는 언제 저걸 다 먹나 처리하나 싶은 사람이고.
그리고 두 번째 별명은 "왜 버려?"이다. 그가 가장 자주 하는 말 중의 하나이다. 음식이 남아도, 못 입는 옷이나 보지도 않는 책이나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려고 해도 늘 "왜 버려?"라고 한다. 음식은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하고, 또 물건은 언젠가 쓸 일이 있다고 한다. 전형적으로 못 버리는 사람의 마인드이다. 그래서 나는 기술적으로 몰래몰래 버리는 중이다.
그리고 마지막 준비남! 이 별명은 소풍이나 여행, 그리고 캠핑을 가게 되면 정말 준비해서 가는 물건들이 어마어마하다. 캠핑을 갈 때는 거짓말 좀 보태서 거의 이사 가는 수준이다. 캠핑까지 가지 않더라도 근처 바닷가에 3-4 시간 바람을 쐬러 가는 데도, 우리 8인승 차 뒷좌석은 짐으로 가득 차게 된다. 5명이 앉을 각 개인 의자 5개, 간이 그늘막, 파라솔, 돗자리, 담요, 수건, 버너, 라면, 냄비, 냅킨, 종이 그릇과 종이컵, 젓가락, 믹스커피, 음료수, 과자, 블루투스 스피커, 아이들 모래놀이 장난감, 물놀이 장난감 등등이 다 들어간다. 이렇게 잠깐 놀러 가도 이 정도이니, 어디 여행을 가거나 캠핑을 할 경우 정말 짐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아는 지인들은 우리와 함께 가면 빈 손으로 가도 될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준비를 거의 그가 혼자 하는 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나는 완전 반대이다. 3-4시간 있으려고 이렇게 이고 지고 가는 것이 여전히 이해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신혼 땐 "가지고 가지 말자! 귀찮다. 짐이 너무 많다. 이걸 왜 가지고 가냐?" 이러고 많이 싸우기도 했다. 그래서 남편은 " 너보고 챙기라고 하지 않을 테니 간섭하지 말아라"라고 한 이후부터 그가 혼자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적재적소에서 자신이 챙겨 온 물건을 유용하게 쓸 때마다 너무너무 뿌듯해하는 그를 보고, 나는 그냥 열심히 칭찬만 해주는 편이다.
그러나 아이들과 2박 3일이나 그 이상되는 긴 여행을 하는 경우는 짐 쌀 때도 분담을 한다. 이렇게 오래갈 경우엔 정말 챙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과 우리 부부 옷이나 세면도구 등을 챙기고 나머지는 알아서 남편이 챙기는 걸로 암묵적인 약속이 되어있다. 그러나 이렇게 나눠서 챙겨도 사실 빼먹고 올 때도 많다. 그러면 꼭 차를 타고 한참 가다 보면 생각이 난다. 주로 남편이 준비하려다가 까먹고 오는 것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 아! 카메라 안 가지고 왔어! 아... 혹시 당신 카메라 챙겼어?"
"아니~ 나한테 챙기라고 안 했잖아."
"............. 참, 넌 인생 편하게 살아서 좋겠다."
"당신이 말 안 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난 카메라 가지고 올 생각 전혀 없었어"
" 그러니까.. 편하게 살아서 좋겠다고..ㅎㅎ"
" ㅋㅋ 당신도 제발 편하게 살아! 안 말려"
남편의 성향을 나타내는 이 세 가지 별명 중에 내 취향과 맞는 건 사실 하나도 없다. 나와는 늘 반대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늘 사사건건 부딪히고 싸우지는 않는다. 부부관계에 가장 핵심은 상대를 바꾸지 않고 상대와 잘 지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상대를 바꾸지 않고도 갈등 상황을 조율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 부부생활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