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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Sep 25. 2021

부부싸움, 피할 수없다면 제대로 하기

싸움의 기술

부부싸움은 참 괴롭다.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등을 돌리고 날을 세우는 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많은 부부들이 싸우지만 않으면 잘 사는 것이라 착각하고 무조건 피하려는 경향도 있다. 이런 부부는 싸움을 피할 순 있지만 절대로 가까워질 수도 없다. 부부싸움은 잘하면 오히려 비가 온 뒤 땅이 굳듯이 더욱더 견고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서로의 다름과 의견 차이를 알고 받아들이고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배우자의 폭력이나 학대, 불륜, 도박, 중독 등등은 이 부부싸움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정말 전문가적인 치료나 사회적 도움이 필요하다. )

  

 사실 부부 사이에 싸운다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고 둘 사이에 조율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는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을 마주하지 않고 피하고 도망가기만 한다면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지게 되고 나중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든다. 또한  많은 부부들이 싸우는 도중에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넘지 말아야 할 선들을 넘음으로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가는 경우들이 많았다.  사실 부부싸움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다른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싸움 중에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이 있고 때론 기술이 필요하기도 하다. 부부싸움의 핵심은 누군가를 굴복시키고 루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윈윈(Win-Win)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게 잘 싸우는 것일까?


부부싸움에 있어서 가장 첫 번째로 알아야 할 것은, 내가 배우자에게 진정 원하는 요구/욕구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서 전달하는 것이다. 싸움의 핵심은 상대를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나의 감정과 문제에 집중해서 나의 요구를 요청하는 것이다. 나는 ------ 때문에 서운하다. 나는 당신이 ------해주길 바란다.  나는 ---------- 가 더 필요하다로 표현하는 것이다. 보통 부부싸움이 더 커지는 이유는 문제 자체보다는 비난하는 말, 비아냥 거리는 태도, 무시하는 눈빛, 기분 나쁜 뉘앙스 때문에 더 싸우는 경우가 더 많다. 혹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기대로 인한 실망도 사실 많다. 따라서 나의 진짜 속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아빠가 되어가지고 어떻게 애들이랑 놀아주지 않느냐” 보다는 “나는 당신이 시간이 있을 때 애들이랑 좀 더 놀아줬으면 좋겠어”라고 요청해야 한다. 내가 원한 욕구/소망은 남편이 육아일에 더 참여했으면 좋겠다이지 남편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분이 나쁘면 보통 배우자를 비난하는 말을 시작하기 때문에 싸움 더 커지게 된다. 그러나 나의 비난에 동의할 배우자는 사실 거의 없다.


다른 예제:

"당신은 어쩜 그렇게 무심하냐? "보다는 "나는 당신이 나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집안꼴이 이게 뭐냐?" 보다는 "일하고 왔는데 집이 어질러져 있으면 더 피곤해진다/짜증이 난다"

 "애는 나 혼자 낳았냐?" 보다는 "나 혼자 애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 당신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네가 나를 가장으로 생각하기는 하냐?" 보다는 "나는 이 집에서 내 자리가 없는 것 같다. 무시당하는 것 같아 화난다"

"당신은 친구/돈/게임/컴퓨터.. 밖에 모른다" 보다는 " 나는 당신이 나에게/ 가정에/아이들에게 좀 더 시간을 내주면 좋겠다."


이렇게 전달하는 말의 모양새만 바뀌어도 큰 싸움을 막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부부싸움 중에는 검사가 되지 말고 협상가가 되어야 한다.  물론 싸움이 일어나는 이유는 당연히 배우자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배우자에게 잘잘못을 따지는 검사가 되지 말고 문제를 타협하고 조율하겠다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사실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잘잘못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질과 성격의 차이 그리고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검사가 되는 순간, 배우자는 더더욱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같이 공격하게 된다.


세 번째는 부부싸움의 주제가 A로 시작했으면 A로 끝나야 한다. 많은 부부들이  원래 시작했던 의도와는 다르게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한 채,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것은 부부싸움의 주제가 싸우다 보면 이리저리 옮겨 다니기 때문이다. 만약 오늘 이야기 주제가 재정문제였다면, 재정문제로 합의를 보고 끝내야 한다. 재정문제에서 자녀교육문제, 친정, 시댁문제 등등으로 옮겨 다니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감정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네 번째로는 너무 감정이 격해져서 아무 말이나 하고 싶어 진다면, 잠깐 break time( 휴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감정이 격해지면 문제 해결보다 상대에게 받은 만큼 상처를 갚아주고 싶어 진다. 그러나 둘 사이의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기 시작하면 서로에 대한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그러나 싸우기 싫어서 그냥 덮어두고 어물쩡 넘어가면 안 된다. 이렇게 덮어둔 것은 언젠가 반드시 터지기 되어 있기 때문이다. 둘 다 진정이 감정적으로 진정이 될 때 반드시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배우자의 약점은 건드리지 않는다. 내가 너무 화가 나고 너무 아프면, 상대방도 아프게 하고 싶어 진다. 그래서 종종 부부싸움 중 본심은 아니었으나, 그때 너무 화가 나서 상대를 화나게 하려고 험한 말/행동을 할 때가 많다. 그리고 화가 가라앉은 후, 자신의 말과 행동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 해결과 상관없이 배우자에게 상처를 줄려고 하는 말이나 행동은 정말 자제해야 한다. 배우자가 욱해서 나온 말과 행동 때문에 평생 괴로워하는 남편과 아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혀는 정말 칼보다 예리하고, 그 상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회복되는데 오래 걸린다.  


여섯 번째는  심각한 이야기는 서로의 컨디션을 보아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둘 중 한 명이라도 너무 피곤하다던지 배가 너무 배가 고픈 상황에선 사실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럴 땐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싸움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따라서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이라면 서로가 마음도 여유롭고 배도 충분히 부른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싸우다 보면 서로에게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다. 그럴 때 가능한 한 빨리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관계 회복에 효과적이다. 내 마음의 죄책감이나, 어색한 사이를 모면해 보려고 의미 없이 던지듯 하는 사과가 아니라,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온 실수나 말들 때문에 배우자가 마음이 아팠다면, 그 마음을 헤아려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다.  

 

 부부싸움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더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이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잘 싸우는 부부는 오히려 서로를 더 잘 이해하며 더 견고해지고 튼튼해지질 수 있다. 그러나 싸우는 중에도 서로 지켜야 할 예의와 선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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