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야 할 곳을 벗어난 이에게 보내는 위로
나는 다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파견지에서 복귀했다. 내 후임자도 잘 선발되었고 한국에서 케냐로 오는데, 또 케냐에서 한국으로 가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시기였다. 그렇게 나는 한국행 비행기를 탔고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 나중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케냐에 있던 대부분의 단체가 일시 귀국을 했다고 들었다. 내 후임자도 파견된 지 몇 달 되지 않아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 이후 다른 직업교육을 받으며 비영리단체와는 연락할 일이 없었고 내가 계획했던 일들을 차근히 진행해서 사회적 기업에 입사를 했다. 사회적 기업에 입사 후 사회적 기업이 비영리단체와 여러모로 연계가 있어서 그쪽 소식을 간간히 듣기도 하고 또 비영리단체 있던 분이 입사를 하여서 간접적으로 소식을 듣기도 하였다.
역시 모든 단체에서 ODA 사업은 중단되었고 출장도 무기한 연기되었다. 파견을 다시 나가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러 구인구직사이트에서 'NGO'나 '해외파견'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올라와 있던 공고조차 다시 내려지고 있었다. NGO가 기독교 선교사님들과도 연관이 깊은 지라 들어오셨던 선교사님들도 조차 다시 현장으로 못 돌아가고 계신 분들이 꽤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전 입국 비자가 필요한 나라들은 거의 무기한으로 입국이 안 되는 상황으로 생각된다. 베트남이나 몇몇 국가는 현지에 도착해서 격리기간 2주를 조건으로 입국이 가능하지만 만약 같이 격리 중인 입국자 중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그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하니,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들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또, 의아하게도 1, 2차 유행에서 확산이 적었던 인도, 방글라데시 등 과 같은 나라들도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고부터는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도시마다 Lockdown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환경 가운데 우리의 파견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케냐에서도 KCOC단원 생활을 마치고 1년 연장하겠다며 한국에 일시 귀국했던 단원은 일시 귀국이 영구 귀국이 되어 파견을 포기했고, 한국에서 파견을 준비하며 꿈에 부풀어 있던 단원들은 파견이 취소되었을 것이다. 나도 준비했던 일들이 잘 안되면 '한 1년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다시 파견이나 가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순진한 생각이었음을 절감해 본다. 다들 한 1년 정도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비정규직으로 일자리를 찾아 일을 하고 있거나, 대학원에 진학했거나 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이것저것 기웃거려보고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다들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했던 때를 떠올리면서 그리워할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나 조차도 '여기를 여행으로라도 다시 올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출국했고 휴가차 여행 가서 같이 일했던 스탭들에게 'Habari'라고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그렸으나 그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가끔 미세먼지도 없고 깨끗한 파아란 하늘을 보면 아프리카의 하늘이 생각나 잠시 생각에 빠진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를 가슴에 품고 사는 파견을 못가 서글픈 파견러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하는 자잘할 일들이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테니 그 일들을 열심히 하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