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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Jul 27. 2021

한옥에 사는 삽살개, 곰이

곰이의 분가 이야기

곰이의 집을 짓는 스케줄이 조금씩 늦어지고, 장마까지 겹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부모님이 사는 집에는 볏짚으로 짓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지어 놓은 한옥이 있다. 이번에 한옥 한 부분에 누각을 새로 짓고 나머지 부분도 보수를 하는 김에 같이 곰이 집을 짓기로 하였는데, 그 공사 진행이 늦어진 것이다. 5월쯤 시작으로 한 달 정도면 충분하다던 공사가 목수분들의 일, 그 후 기와 쌓기, 주변에 어울리는 나무 심기, 창문 달기, 옻칠하기, 그리고 마당 정리까지, 중간중간 각 담당하시는 분들의 스케줄을 맞추느라, 날씨에 맞추느라 이리저리 하다 보니 공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버렸다. 원래는 곰이가 3개월, 4개월 되었을 즘 분가를 시키고 싶었지만, 결국 7개월이 된 지금, 드디어 두리집을 나와 혼자 지낼 수 있는 곳이 생긴 것이다. 곰이가 크면 클수록 우리나 두리에게 장난도 많이 치고 더 치근덕거리며 우리와 두리를 괴롭히는 것 같아 하루빨리 두리에게 자유를 주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그러면서도 잠시라도 두리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낑낑거리며 두리 찾아 삼만리인 곰이의 분가가 잘 이루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왼쪽 제일 앞에 보이는 곰이 집과 보수가 끝난 한옥 전체의 모습

오래 걸린 만큼 결과물은 아주 만족스럽고, 곰이 집의 칠을 하는 김에 우리와 두리 집도 칠을 새로 하느라 이틀 정도는 세 마리 모두 곰이 집에서 지내었다. 세 마리가 모두 들어가 있어도 한옥 옆, 기와 밑의 곰이 집은 올여름 폭염에도 끄떡없었다. 산책할 때는 그렇게 헥헥거리는 우리, 두리, 곰이도 각자의 집에서는 시원한지 헥헥거리지도 않는다. 세 마리 모두 곰이 집이 마음에 드는지 마당에서 놀다가도 곰이 집에 들어 가 두리번거리며 쉬다 오기도 한다.

세 마리 모두 곰이 집에 있을 당시

지난주 일요일, 산책 후 드디어 곰이 혼자 자신의 집에 들여보냈다. 갑작스럽게 혼자가 되어서 그런지 곰이는 하울링까지 하며 짖어대었고 아빠는 참다 참다 못 참겠던지 세 마리 모두 다시 풀어놓고 마당에서 놀게 해 주고 간식도 준 후 다시 각 자의 집에 들여보냈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나 보다. 영상통화로 들리는 곰이의 하울링 소리와 짖어대며 낑낑대는 소리에 누가 보면 두들겨 패는 줄 알겠다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잠시 봤던 곰이는 그렇게 큰 소리로 짖지 못했었는데, 그 사이 정말 많이 컸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빠는 웃으시며, 아이고 안 되겠다, 밤에는 그래도 잠을 자야 하니까, 오늘은 포기다, 라는 말과 함께 두리를 곰이 집에 데려다주었다. 그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해지는 곰이의 모습에 덩치만 컸지 아직도 아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곰이 집에 있는 우리와 두리

그날 밤, 나는 강아지 분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강아지 엄마와 강아지와의 분가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나 보다. 대부분이 주인과 떨어지는 것을 겁먹은 강아지의 분리불안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분가를 붕가로 AI가 생각하여 나온 결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곰이에게는 두리가 엄마이자 친구 같은 존재일 것이기에 분리불안을 해소시키는 방법을 이용해 보기로 하였다. 아빠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내일 출근하기 전에 곰이 집에 두리나 우리 냄새가 나는 담요와 장난감, 그리고 오래 씹고 가지고 놀 수 있는 간식을 곰이 집에 넣어 주라고 말하며, 낑낑거릴 때 반응을 하면, 곰이가 낑낑거리면 아빠가 온다, 두리랑 우리를 다시 만날 수 있다,라고 잘 못 교육이 되기 때문에 낑낑거릴 때에는 반응을 하지 말고 낑낑 거리는 걸 멈추었을 때 반응해주는 걸 추천하였다. 아빠는 흔쾌히 오케이를 외치셨고 다음 날 아빠는 우리, 두리, 곰이와 함께 하는 아침 산책을 한 후, 곰이 집에 담요, 장난감, 간식을 넣어주고 출근을 하셨다. 엄마가 집에 있었기에 곰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었는데 다행히 처음에만 짖으며 하울링을 하였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간식을 먹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지내다 간간히 심심해지면 짖거나 하울링을 하였다고 한다.

곰이가 우리에게 질척이는 장면

역시나, 벌써 이렇게 바로 적응을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곰이가 옆에 있을 때에는 귀찮아서 피해 다니던 두리가, 어젯밤에는 곰이의 하울링 소리와 낑낑대는 소리에 걱정이 되었는지 탈출을 하여 곰이 집 앞으로 가서 곰이 집 문을 이리저리 할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두리는 곰이를 만나면 곰이가 질척거리기에 또 피하거나 장난을 호되게 쳐 곰이를 무너뜨린다. 거참, 이 둘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오늘도 두리는 곰이집으로..

곰이에게 천천히라도 혼자 있는 시간이 무서운 것이 아닌 즐길 수 있는 자유의 시간으로, 그리고 우리와 두리와 헤어지는 것이 아닌, 언제든 만나 같이 산책 나가고 같이 놀 수 있는 관계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도록 방법을 계속 강구하고 더 들여다보아야 할 것 같다.


강아지에게도 자신만의 시간과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집이, 자신의 공간이 필요한 것이고, 강아지가 먼저 다가올 때가 아닌, 같이 있다가도 잠시 떨어져 있는 강아지에게 계속 다가가 주물럭 주물럭 만지는 것을 지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두리, 곰이 세 마리 모두의 정신 건강을 위해 곰이의 분가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고, 지금은 실행착오의 단계이기에, 이 시기가 무난히 지나갈 수 있기를, 곰이에게 너무 힘든 시간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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