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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May 24. 2021

개 풀 뜯어먹는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우리, 두리, 곰이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이 말은 어디서 나온 말일까? 내가 살았던 곳인 경상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개 풀 뜯어먹고 있는 소리를 하고 앉아 있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개들은 풀을 뜯어먹는다. 특히 단백질이 많이 함량 된 사료를 먹는 개들은 배변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산책길에 풀을 뜯어먹는다고 한다. 우리 집 우리, 두리, 그리고 곰이는 산속에 살아서 그런지 다른 개들보다 더 풀을 잘 뜯어먹는 것 같다. 신기한 것은 아주 다양한 풀들 중에서도 그들만의 취향이 확고하게 있다는 것이다. 세 마리 모두 같은 풀을 좋아하는데 내 눈에는 이 풀도 저 풀도 생김새가 비슷해 보이고, 아까 본 풀이 그 풀 같은데도 자신들만 아는 뭔가가 있나 보다. 산책을 하다가도 그들이 좋아하는 풀을 누군가가 먼저 발견하여 뜯어먹고 있으면 나머지 두 마리도 허겁지겁 달려가 그 풀을 쟁취하고자 난리법석이 되어 버린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풀을 찾아 떠나는, 그리고 다람쥐와 멧돼지, 고라니가 다녀간 흔적과 냄새를 맡으며 흥분하는 것이 그들의 산책 목적이요, 좋은 공기를 맡으며 아침, 저녁으로 이들의 배변활동을 원활히 하게 하는 것이 나와 아버지의 주된 산책 목적이다. 서로의 목적이 달라도 방향은 같기에 별 탈 없이 잘 지내게 되는 것 같다.


사실  "  뜯어먹고 있는 소리하고 있네" 라는 말은 "  같은 소리하고 있네" 혹은 "씻나락 까먹는 소리하고 있네" 비슷한 말인데 나머지  말은 넘어 가기로 하고,  "  뜯어 먹고 있는 소리하고 있네" 라는 말을 시작으로 우리, 두리, 곰이의  뜯어 먹고 있는 요즘을 공유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맛있는 풀을 찾아 떠나는 산책길


곰이는 쑥쑥 자라고 있다. 이제 태어난 지 6개월이 되어서 그런지 멀리서 보면 엄마인 두리와 덩치가 비슷하게 보일 정도이고, 몸무게는 세 마리 모두 비슷하며, 밥은 아빠인 우리보다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식성이 얼마나 좋은지 간식이나 사료를 줄 때에 절대 빠지지 않고 제일 먼저 머리를 들이미는 것이 어릴 때 두리랑 똑같아서 가끔은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생김새나 걷는 모양, 널브러져 있는 모양 등을 보면 우리를 쏙 빼닮았다. 곰이의 털이 세 마리 중에 제일 많아서 그런지 목욕을 시킬 때 보면 몸통 크기는 다들 고만고만한데 수북한 털로 인하여 곰이가 제일 통통해 보인다. 그 통통한 몸으로 꼬리를 헬리콥터처럼 빙글빙글 돌리며 나를 향해 전력질주를 해서 오는 모습은 정말 하루 종일 눈에 아른아른거릴 정도로 이쁘다.

훌쩍 자란 곰이

이제는 곰이가 꽤 커서 그런지 두리를 괴롭힐 때가 많아졌다. 물론 두리가 그냥 당하고 있지는 않지만 보고 있으면 체력이 넘쳐나는 아기와 체력이고 뭐고 다 빠져 버린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플 정도다. 하루빨리 분가를 시켜야 하지만 올봄, 계속되는 비 소식으로 인하여 곰이의 집 완성이 생각보다 더뎌져서 시간만 하염없이 흘러가는 것 같다. 그래도 6월 초 전에는 곰이 집이 완성되어 분가를 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두리에게 조금만 참아 달라고 애원하는 중이다. 우리는 아빠답게 곰이와 몸으로 잘 놀아준다. 먹을 것도 같이 먹고 장난감도 서로 뺏어가며 같이 노는 모습을 보면 둘이 궁합이 참 잘 맞는 것 같아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 하지만 아직 곰이가 어려서 딱딱한 간식을 줬을 때에는 우리와 두리보다 먹는 속도가 더딘데 이 두 양아치 부부는 자신들의 간식을 후다닥 다 먹고 난 후 꼭 곰이의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하이에나처럼 다니며, 언제 뺏어 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뺏을까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먹성 좋은 곰이는 이에 질세라 간식을 들고 마당 이리저리를 다니며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서 어떻게든 끝까지 먹고야 말지만, 가끔은 우리나 두리의 장난에 걸려들어 같이 놀자고 달려들다가 간식을 뺏기고 마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너네가 그러고도 엄마, 아빠야? 무슨 엄마, 아빠가 자식 간식을 뺏어먹어!" 라며 호통을 치지만 이미 간식을 차지한 주인공은 꼬리를 흔들며 먹기 바쁘다.

아주 거칠게 노는 우리와 곰이

곰이는 엄마 껌딱지다. 두리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두리가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곰이는 따라 하기 바쁘다. 이런 껌딱지가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엄마 껌딱지다. 나는 아빠 껌딱지인데, 곰이는 엄마 껌딱지구나. 그런 곰이가 두리에게는 정말 귀찮은 존재일 것 같지만 그래도 아닌가보다. 두리가 많이 지쳐보일때 가끔은 곰이를 우리네집으로 가게 해서 우리와 하룻밤 자게 하고 두리에게 자유시간을 주기도 하는데, 그러고 나면 다음 날 아침 산책 시 두리는 우리집으로 달려가서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고 곰이는 두리 곁으로 달려 가느라 정신이 없다. 그 짧은 시간 떨어져 있었는데 뭐가 그리 애잔한지.

두리 옆에 꼭 붙어 있는 곰이
마당에서 뛰어 놀고 있는 우리, 두리, 곰이

이미 이 글을 통하여 눈치 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한달 반 동안 한국에 와 있다. 그동안의 나의 일과는 눈 떠서 강아지 산책을 시작으로 눈 감기 직전 강아지 산책인 우리, 두리, 곰이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아빠가 일어나는 새벽 6시 반에 일어나 아침 산책을 함께 하고, 점심 먹기 전, 혹은 먹고 난 후 한 번 더 혼자 산책을 시키고, 아빠가 퇴근해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미리 강아지들을 마당에 풀어놓고 놀다가 아빠가 온 후 같이 더 놀고, 자기 직전에 한 번 더 산책을 하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에는 진드기가 많이 없었기에 집 근처 산책 코스로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다녀올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작스레 더워진 날씨로 진드기가 많아져 산책이 불가능해져 버렸다. 특히 두리가 예전에 한 번 크게 아프고 난 후로는 체력이 많이 약해졌는지 같은 산책길을 다녀와도 유독 두리에게만 진드기가 매번 많이 발견되어 걱정이 되는 마음에 산책길로 나가는 것은 자주 못 하는 대신, 좀 더 자주 마당에 풀어서 같이 노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쪽을 택하였다. 산속에 살면 공기 좋고 사람도 별로 없어 강아지들이 짖어대든, 참새를 쫓아다니든, 뭘 하든 눈치 보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지만, 여름철 진드기는 정말 안 좋은 것 같다. 진드기 약을 발라도 이 놈의 산에 사는 진드기는 얼마나 질기게 달라붙는지 정말 징글징글하다.

마당이 두 개여서 다행인 것 같다. 여긴 한옥 앞 마당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한국에서의 시간도 강아지들과 보낼 듯하다. 독일에 있을 때 그렇게 꿈에 나타나서 나를 정신적으로 꽉 잡아 준 아이들이기에, 거기다 나를 낯가리고 안 반겨주면 어쩌나 걱정한 처음으로 대면한 곰이는 우리 가족 중에서 항상 나에게 제일 먼저 달려와 주고 나에게 제일 애교를 부리는, 특히 아침 산책마다 집에서 나오면 쏜살같이 나만 바라보며 달려오는 아이이기에 다시 독일로 돌아갈 때 후회되지 않을 만큼 강아지들과 시간을 듬뿍 보내고 싶다.

마당에 익은 딸기를 따먹느라 정신 없는 셋

결론: 우리, 두리, 곰이 모두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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