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글맹글 Nov 24. 2021

쾰른에서 여러 맥주를 즐기고 싶을 때

craftbeer corner coeln

지난주에 매번 줌으로만 만나던 독일어 수업 반 친구들을 현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독일어 실력은 나날이 늘지 않는 것 같은데, 수업은 나날이 어려워지기만 한다. 거기다 요즘 논문에 강의에 여러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아 독일어 수업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기에 이렇게 반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 떠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될 것 같아, 코로나의 위험을 무릅쓰고 참여하게 되었다. 나와 같이 다른 친구들도 모두 코로나 걱정이 되었는지 조금은 구석지고 조용하지만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한 친구가 추천을 해주어 모임은 'Craftbeer corner coeln'이라는 곳에서 열리게 되었다. 반에는 13-14명 정도의 친구들이 있는데 그중 결국 모인 것은 7명.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도 반이나 모였었구나!

Heumarkt역 근처에 준비 중이던 크리스마스 마켓

우선 이 가게는 찾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구글맵을 따라가면 금방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Heumarkt 역에서 나오면 걸어서 금방 도착할 수 있고, 지금 시기에는 크리스마스 마켓도 역 근처에 조그맣게 열리기에 구경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지난주에 지나갈 때에는 아직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지는 않았고 준비 중이었지만 그 모습만 보아도 기분이 한결 좋아졌었다. 가게에 도착을 해서 들어가면 입구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가게의 큰 사이즈에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 동굴처럼 안으로 더 들어가는 공간도 있고, 추워서인지 저녁이었어서 인지 못 가게 막아 놓아서 가보진 못 하였지만 2층에는 테라스도 있다고 한다.

내부 사진

줌으로만 만나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게 되었을 때는 항상 신기하고 묘한 기분이 감돈다. 나는 이 기분이, 줌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을 때, 처음 일어난 일이어서 느끼는 감정인가 라고 생각을 하였었는데, 매번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걸 보니 그게 아닌가 보다. 매번 실제로는 처음 만났는데 이 사람의 말투, 목소리, 표정, 제스처, 이름 등 다양한 정보를 이미 안 상태로 만난다는 건, 낯가림을 하는 나로서는 도움이 되는 일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듯하다.


우선 이 가게는 가게명답게 다양한 생맥주들이 있다. 열 댓가지의 생맥주와 함께 정말 수십 가지의 캔 맥주, 병맥주도 함께 있어 메뉴를 고르는 데에만 시간이 한참 걸렸다. 물론 맥주뿐만 아니라 와인이나 다른 술도 있었지만 가게명이 craft beer인데 어찌 다른 술을 마실쏘냐. 그리고 정말 정말 상냥한, 독일에 와서 몇 번 경험하지 못했을 정도의 정말 상냥하고 똑똑한 점원분으로 맥주 종류의 설명도 하나하나 들을 수 있었고 매번 추천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내가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은, 이 분은 7명 모두의 이름을 한 번 듣고 기억을 한 후, 매번 주문을 하였을 때마다 그 이름에 맞게 주문표에 적고, 잔을 건네어 줄 때도 이름을 불러주었다는 점이다. 독일인이 독일인 이름을 한 번에 외우는 것도 어려울 것 같은데,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이름을 한 번에 외우는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독일어 반 친구들과 함께

나를 포함하여 7명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점원분의 도움을 받아가며 맥주를 골랐고, 마시며 수다를 떨며 또 추천을 받아 맥주를 시키고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의 사람들과의 만남에, 거기다 알코올까지 들어간 나는 신이나 버려 너무나 많은 맥주를 마셔버렸고 다음날 생각지도 못 한 숙취에 많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또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특히 누군가 쾰른으로 놀러 오면 데리고 가고 싶은 곳으로 말이다. 대신 다음에 갔을 때에는 안주를 곁들여 마시고 싶다. 여기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안주 없이 마시는 게 보통이어서, 안주 킬러인 나에게는 너무 힘든 세상이다. 안주 없이 술만 마셔서 숙취에 힘들었던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어느 정도 조용하고, 좋은 음악이 흐르는, 거기다 생맥주의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좋은, 점원분이 최고인 그런 bar를 쾰른에서 찾으신다면, craftbeer corner coeln은 어떠신지.

 



매거진의 이전글 폭탄이 발견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집에서 나가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