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글맹글 Apr 24. 2022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지금의 내 생각을 몇 자 적는다면

나이가 들 수록 소화 능력이 떨어져 먹고 싶은 것을 양껏 먹지 못 하게 되었다. 살이 쉽게 찌고 잘 빠지지 않으며, 한 번 멍이 들면 오래가고 그 부분이 나은 뒤에도 가끔 욱신거린다. 조금 전에 영양제를 먹어 놓고도 내가 챙겨 먹었는지 가물가물하며 단어가 제때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늘어났다. 어리다고 넘어가고 봐주는 것이 없어지고 책임지고 통솔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드는 것이 반갑기도 하다. 이해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생각, 또는 일어나는 일들을 조금씩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나 자신을 좀 더 보듬어주고 함께 살아갈 줄 알게 되었으며, 자연의 변화무쌍한 아름다운 모습들을 넋 놓고 바라 볼 줄도 알게 되었다. 사소한 일들에 행복을 느낄 줄 알고, 그것이 전혀 사소한 것이 아님을, 이 세상에는 쓸데없는 것이란 없다는 걸 알게 되어 감사함과 행복함을 예전보다 더 자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 행복함이 곧 끝날 것이라는 것을 알아서인지 그 순간에 어떻게든 더 느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만큼 지치고 힘든 일들도 끝까지 붙잡아 두지 않고 곧 끝나가리라 생각할 줄도 알게 되었다. 아무리 그 순간은 고통이 가득할지라도.


어릴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종종 볼 때가 있는데 나는 한 번도 변함없이 대답이 ‘아니요’였다. 그때처럼 치열하게 살 수도 없을 것 같고 그때처럼 또 철없고 부끄러운 언행을 할 나 자신으로 돌아가 살아낼 자신이 없다. 지금도 돌이켜보면 철없고 부끄러워지는 언행을 하여 후회하기도 하고 자려고 누웠다가 이불을 걷어차며 얼굴이 붉어질 때가 많다. 그래도 예전의 나보다는 지금의 내가 좀 덜 부끄럽지 않나 싶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너무 엄격한 잣대로 바라보아 내 기준을 들이대며 그 상황이, 그 사람이, 혹은 나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아 항상 스트레스를 받던 내가 아닌, 나와 다름이 있을 수 있음을, 세상은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음을, 상황은 언제나 변화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지금의 내가 나는 더 마음에 든다.


나 스스로도 나의 어릴 때 사진을 보면 내가 저런 때가 있었구나 생각이 들며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엄마와 아빠는 원래부터,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 아빠였을 것 같고 할머니도 원래부터 할머니였을 것 같지만 그들 또한 갓난아기였을 때가 있었다는 게 상상이 잘 안 간다. 같은 맥락으로 지금의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의 모습인 나로 살아온 것처럼 느껴지겠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글로 형용할 수가 없는 마음이 든다. 그들은 지금의 나를 어떻게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을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여도 나는 지금의 나를, 나이를 먹어가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과거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깨닫고 배우며 살아가는 이 삶을 선택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가들아 잘 가, 행복해야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