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부터 사용할걸!
COVID-19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게 되고, 식당 안에서도 밥을 제대로 못 먹게 되면서 남은 음식물 처리가 문제시되었다. 그러다 만들어진 'TooGoodToGo'라는 어플은 독일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나라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집 근처에 있는 슈퍼, 레스토랑, 빵집 등에서 그날 남은 음식을 가지고, 버리는 대신 가게에서 임의로 한 상자씩 혹은 한 가방씩 ('Magic Bag'이라고 불린다) 만들어 놓은 것을 보통 3-5유로 사이로 측정하여 정해진 시간 동안 가져갈 수 있게 예약제로 운영이 되는 어플이다. 물론 와인이나 찻잎 등의 경우에는 15유로 이상 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원래 가격이 50유로 안팎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 빵집에서 그날 남은 빵들을 가지고, 원래라면 12유로 정도 하는 양을 4유로만 받고 저녁 6시에서 6시 15분 사이에 가지고 갈 수 있게 만들어 놓는 것이다. 물론 그날그날 남는 양과 종류는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들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Magic Bag이 몇 개가 남았는지, 가게 이름은 무엇이고, 어디에 있으며, 이 어플을 통해서 이 가게를 이용한 사람들의 별점, 좋은 이유 등도 볼 수 있다. 예약제이므로 어플에서 미리 돈을 지불해야 하고, 가게에 시간 맞춰 도착을 한 후 점원에게 어플을 보여주고 같이 확인을 하면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가 얼마나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싼 값에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지갑이 얇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웬만한 사람들에게 땡잡은 기분을 선사해 주지 않을까 싶다.
나는 첫 시작으로 호텔 조식을 선택하였다. 호텔 조식에서 남은 음식을 내가 챙겨 간 락앤락 통에 담아서 가지고 오는 방식이었다. 시간에 맞춰 호텔에 갔더니 이미 8명이 줄을 서 있었고, 줄지어 들어가서는 정신없이 담기 시작했다. 치즈, 햄, 빵을 시작으로 과일과 계란, 연어, 소시지, 요거트 등 웬만한 조식 메뉴는 다 남아 있었기에 최대한으로 열심히 담았다. 몇 번 와 본 사람들로 보이는 분들은 들고 온 통 안에 미리 구역을 나누어 놓아서 요거트와 계란, 햄, 연어 등이 섞이지 않도록 준비한 모습에 나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어서 그런지, 어느 여성 분은 통 대신 자신의 가방 안에 몰래 빵들을 담아 넣는 모습도 보여 당황하였지만, 나는 욕심부리지 않고 먹을 수 있을 양만 담아서 집에 돌아왔다.
여행을 한지 꽤 되어서 그런지 오랜만의 호텔 조식은 내 집이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 주었고, 맛도 꽤나 일품이었다. 갑자기 더워진 탓에 요리도 하기 싫었던 차라 오랜만에 배부르게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을 수 있어 아주 뿌듯하였다. 몇 달 전부터 이 어플을 사용하는 친구를 옆에서 구경만 하였었는데, 진작 사용해 볼 걸 그랬다. 환경에게도, 판매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유용한, 거기다 사용하기에도 편리하게 만들어진 어플을 만나게 되어 뿌듯하고 대만족이다! 이번에는 어떤 가게의 음식을 먹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