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채종법을 터득하는데 2년이 걸렸다
2021년 6월에 깻잎들과 함께 발코니에 씨앗 4개를 가지고 두 개씩 나란히 두 화분에 심은 한련화 이야기이다. 매번 한련화에 대해 글을 쓰려고 했었는데 못 쓰다 이제야 쓰게 되었다. 작년 6월에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흙을 사서 심은 한련화는 블로그 등에서 찾은 물에 불려서 겉의 단단한 껍질을 까고 심으세요 라는 조언은 무시한 채 화분 두 개를 사서 각각 두 개씩 심었다. 그랬더니 2주도 안 되었을 무렵부터 화분에 하나씩 싹이 났고 급기야 그 해 8월에 꽃을 피웠다. 아직 자라는 중이던 앙증맞은 크기의 식물이 피우는 진한 색의 꽃들은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고, 꽃들은 계속 키를 키우면서도 그 해 10월까지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였다. 그 와중에 나는 그 꽃들에게서 씨앗을 채종 할 생각을 왜 한 번도 못 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오래 꽃들을 감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한련화는 겨울의 추운 기온에 약하여 월동준비를 해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못 해준채 겨울을 지났고, 대신 여름에는 이틀에 한 번 물을 듬뿍 주는데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만 주며 한국에 비하면 따뜻한 쾰른의 겨울 날씨를 믿기로 했다.
잎이 노랗게 변하면 잘라주었기에 앙상하게 키만 큰 나의 한련화들은 추운 겨울이 지나고 올해 4월, 또다시 꽃을 피워주었다. 겨울에 얼지 않고, 죽지 않고 살아준 게, 거기다 꽃까지 다시금 활짝 피워주는 게 너무나 놀라웠다. 그리고 알게 된 씨앗 채종 방법을 통하여 씨앗이 생기기를 기다렸다. 방법은 단순했다. 면봉으로 꽃 안을 휘적휘적해주면 끝이다. 그럼 수정에 성공한 꽃들이 이틀 내로 고개를 푹 숙인다. 고개를 숙이는 것은, 열매를 맺게 되어 무게가 무거워져서 일까, 아니면 그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서 일까?
그러다 점점 호박 같은 모양의 연두색의 열매가 커진다. 열매가 영글면 채종 하라고 하지만 영근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어 나는 채종 하는데 꽤나 오래 나 두었다. 약 3주 정도 나돈 후 연두색이 조금은 연노란색으로 변한 것 같아 아주 조금 힘을 줘 보았다. 내 손에 열매들이 네 조각으로 혹은 세 조각으로 쏙쏙 빠지는 게, 마치 이 맛에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씨앗을 채종을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씨앗은 바로 심을 것이 아니라면 건조해 냉장고에 보관하여야 한다고 하여 지금은 이렇게 건조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약 5일이 지나니 조금씩 쭈글쭈글 해지는 모습이 보인다. 이 아이들이 새롭게 심어지고 자라고 꽃을 피운다면 오랜만에 뿌듯함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첫 씨앗 채종, 성공! 고마워 나의 주황색, 노란색 한련화들아! 너희들을 보며 나도 작년, 올해 물러서지 않고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