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raf das Museum
쾰른은 독일 내에서도 문화생활을 하기 좋은 도시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쾰른 대성당 근처로 쾰른 필하모니가 있고 Ludwig 박물관도 있으며 다양한 미술관이 공존한다. 그중 쾰른에서 제일 오래된, 그리고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박물관이지만 Ludwig 박물관과 다른 박물관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 하는 것 같은 Wallraf-Richartz Museum에 지난주 주말 다녀왔다. 기분전환은 필요한데 시끌벅적한 곳이 아닌 조용하고 정적인 곳에서의 시간이 필요했던 참이라 주말에 꿈같은 날씨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쾰른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듯 도시 전체가 다시 활기를 되찾았고, 관광객들도 많아졌다. 쾰른 대성당 근처를 지나갈 때는 빽빽한 사람들과 빈 테이블이 거의 보이지 않는 레스토랑들에 설렘과 반가움이 느껴지는 한 편 아직은 조금 불안함 마음도 같이 들었다. 다행히 미술관은 한적하여 나의 계획대로 조용히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닐 수 있었다. 현대미술보다는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그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Ludwig 박물관보다 주말에 다녀온 Wallraf Museum이 더 좋았다. 총 4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꼭대기 층이 닫혀 있었기에 지하 1층, 1층, 2층 (0층은 티켓 판매 부스 및 가게)을 둘러볼 수 있었다. 각 시대별로 층이 나뉘어 있었고, 나는 학생증 찬스를 사용하여 원래는 8유로인 입장료를 할인을 받아 4,5유로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밖에서 보았을 때보다 안에 들어오니 미술품이 꽤나 많아서 놀랐다. 개인 소장품이라고 하였기에 이렇게나 많은, 거기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미술가들의 그림이 한가득 있는 것에 더욱 놀라웠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의 그림이지만 그의 초기 작품처럼 보이는 작품, '절규'라는 유명한 작품을 그린 에드바르 뭉크 (Edvard Munch)의 자매 그림 같은 다리 위의 네 명의 소녀들이 그려진 작품, 사진보다도 더 사진 같은 그림을 그린 야콥 필립 하케르트 (Jacob Philipp Hackert)의 작품, 후기 인상주의 학파 중 유명한 폴 세잔 (Phal Cezanne)의 작품, 점묘화가 기가 막힌 맥시밀리앙 루스 (Maximilien Luce)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그린 작품 등 정말 다양한 작품들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었다. 특히 폴 세잔과 에드바르 뭉크는 개인적으로 지난달에 미술 관련 책을 읽었었는데 그 책에 나온 미술가들이었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폴 세잔의 그림은 그가 이렇게 이렇게 살아왔어서, 이런 생각으로 저런 식으로 그리게 되었다고 했지!'와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들자 이 전과는 다르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고, 항상 미술관에 가면 그 분위기에 취해 그날 내 눈에 비치는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 이리저리 상상하고 뜯어보기만 하였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상 방식을 하게 되어 조금은 새롭기도 했다.
이 미술관의 특징이자 나의 마음에 쏙 든 부분은, 그림마다 어린아이들이 적은 감상평이 프린트되어 붙여져 있는 부분이다. 대부분이 9살에서 11살 사이의 아이들인데, 이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감정이나 추억을 논하는 짧은 감상평이 적혀 있었다. 먼저 그림을 본 뒤, 아이들의 눈에 보인 하지만 조금은 다른 시각의 감상을 읽고 있으니 처음에 내가 본 그림에서 또 다른 그림들이 보였다. 한 예시로, 어두운 밤에 파도가 크게 치고 있는 강 위로 배가 떠 있고, 작품의 윗부분에는 큰 성과 그 성에서 뻗어 나온 다리가 그려져 있었는데, 나는 이 그림을 보고 조금 오싹하고 무서운 기분이 들었지만 그 그림을 본 한 아이는 가능하다면 그림 속의 다리 위에 서서 이 그림의 장면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아빠와 함께 작은 보트를 탔던 때가 기억이 난다고도 하였다. 금방이라도 번개가 칠 것 같고 배가 엎어질 것만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는데, 이 아이가 작성한 감상평을 읽고 다시 작품을 바라보니 저 다리 위에 서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 상황들을 구경하며 신나 할 아이가 떠올라 작품이 더 이상 무섭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모든 아이들의 짧은 감상평은 독일어로만 되어 있어, 독일어를 하지 못 하는 방문객에게는 아쉽지만, 혹 독일어가 가능한 분들이 온다면 꼭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다른 미술관에서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면 미술관과 우리와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고 좀 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