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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초선생
Nov 29. 2022
草선생
- 여름이 가고, 어김없이 오는 것
서늘하여
서글픈 시간
,
바람은
새침하게 귓불을 휘감고
멀리 찬 기운 허리춤으로 오른다
이름 없는,
이름을 모르는
것이
다시 기어
나온다
억수로 비 내리고
지하 단칸방에
영혼이 나간
그날 밤
그가 운다
귀뚜라미
,
때 되면 어김없이
성충
되어
길쭉한 허벅지 뻗고
눈앞으로
튄다
갈색으로 빛나는 갑옷
차림새 자못 늠름하고
허리에는 바람을
꿰찼다
컴컴한 지하 방 한 구석,
검은 눈동자 이리저리 구른다
어디서 튀어나온 것이냐
이
놈은
노새인가
홍길동이냐
아니 너는 자연의 이치를 따른 것이냐
아메리카 대륙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모든 잡종들이 저마다 외치는
질서의 법칙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이러니가 적절하다
호수가 말라붙고,
땅이 갈라지고,
토네이도가 모든 것
을 휩쓴 여름
오래전 누군 가는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을 외쳤다
변종들이
백악관에
난입하고,
여의도 흑조들은
날개 뻗어
땅과 하늘을 가르려 칼
춤을 춘다
사람들,
지하철에
가
로
눕혀
집으로 향할 때
멀리 붉은
네온사인
빛을 뿜다 마침내 펑 터지는 밤
길쭉한 것은 아파트
멋진 네임
새겨진 시멘트 벽
갓난아기
울음 그친 밤,
애
비
손아귀
물에 방전된 핸드폰
찌그러진 어깨에 귀뚜라미 한 마리
비탈진 계단으로 내려간다
찌르르 찌르르
귀뚜르르
모든 이여 경배하라
귀뚜라미 목선처럼
매끈한 여인
장대 빗속에 춤을 추고
,
너의 합창은
그가
뜯는
선율보다 아름답구나
소리가 소리에 묻히고
빛은 수그러든다
거미줄을
가르
고
뚫어질 듯 빛을 쏘는 그대,
정답구나 귀뚜라미여
분명
그분이 오신 것이다
탑 크레인
을 천천히 끌고서
이번은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오신
다
keyword
귀뚜라미
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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