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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직 그 자리에 있다면

ㅡ 영향을 받는 Influenced

by 초선생

너는 언제나 외부의 힘에 노출된 채 존재한다

네가 취약한 것은 본성이 아니라 환경이 너를 끊임없이 다시 깎아내기 때문이다


형태는 네 것이 아니며 너에게 가해지는 압력의 기호일 뿐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얽혀 있으나

누가 영향을 주고 누가 무너지는지 그 경계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서로를 알아낸 적은 없다

그저 우연한 동시성 속에서 마치 오래전부터 하나였다는 착각을 공유할 뿐이다


어떤 순간에는 불이 갑작스럽고 잔혹한 불이— 너와 나를 동시에 비추며 너에게는 유리라는 이름을, 나에게는 돌이라는 이름을 준다

그 불은 우리를 정의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를 드러낼 뿐이다 파열을 견디는 투명함과 깨지지 않기 위해 무감각해진 밀도가 그 순간, 두 개의 다른 운명처럼 놓인다


우리는 서로를 형성하지 않는다

다만 같은 열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변형될 뿐이다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연대이자 유일한 고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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