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ating Points&Pharoah Sanders - Prom..
*이번 회차는 소제목의 40자 한계로 정확한 타이틀을 아래에 기재한다.
Artist : Floating Points, Pharoah Sanders
Title : Floating Points & Pharoah Sanders - Promises(feat. London Symphony Orchestra)
Record Date : 2019-2020
Release Date : 26 March, 2021
Label : Luaka Bop
Personnel
Sam Shepherd – piano, harpsichord, celesta, Fender Rhodes, Hammond B3, Oberheim 4 voice, Oberheim OB-Xa, Solina String Ensemble, Therevox ET-4.3, EMS Synthi, ARP 2600, Buchla 200e, string writing, string arrangements
Pharoah Sanders – tenor saxophone, voice
London Symphony Orchestra – strings
Sally Herbert – LSO conductor
Carmine Lauri – LSO lead
Track Listing
1. Movement 1
2. Movement 2
3. Movement 3
4. Movement 4
5. Movement 5
6. Movement 6
7. Movement 7
8. Movement 8
9. Movement 9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던 때를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꽤 묵직한 시간이 흘렀다. 누군가는 종식을, 누군가는 여전한 경계를 외치며 양쪽 끝에서 줄다리기하듯 사회의 몸통을 서로 붙잡아 끌어당기려 하는 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드러낸 것은 전염병의 위험과 치명성 뿐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즐겨온 것들이 얼마나 타자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져 온 것이었는지. 드러나지 않았으나 분명 존재하던 차별과 무지, 혐오, 그리고 가진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추악하고 파렴치하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 전염병은 인간이 스스로를 더욱더 빠르게 소모하도록, 부식시키도록 촉매로 기능하는 셈이다. 그것이 사망의 위험성보다 치명적이었다. 누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 그리고 잃은 것에 대한 권리는 얼마나 당연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고, 서로가 서로를 밟아 올라타서 살아남으려는 악다구니만 남은 지옥. 어쩌면 이것은 문명으로 애써 감추려 해온 인간의 지독한 본성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 몇몇 이들은 다른 공기를 찾는다. 살던 곳이 오염되었으나 떠날 수 없고 바꿀 수도 없다. 환기의 가능성을 찾는다. 원래부터 있었으나 무관심에 밀렸던 아름다움들. 세상의 동력 구조에서 벗어나 어제 했던 것을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하며 조금씩 발전과 변화하는 것을 최선의 미덕으로 삼는 이들이 원래부터 있었으나 이제 와서야 새로운 것처럼 취급하는 우리의 꼴. 그들을 신선한 공기처럼 마신다. 영국의 일렉트로닉 뮤지션 Floating Points와 프리/아방가르드 재즈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기는 중인 색소포니스트 Pharoah Sanders의 이번 앨범도 나에게는 환기다. 적어도 내게는 엄청난 환기다.
'Movement 1'부터 'Movement 9'까지 하나의 호흡처럼 이어지는 트랙들에서는 혁신이라고 부를 만한 새로움이나 기발함, 지능적이고 교활하다고 할 만한 수를 찾기 힘들다. 'Movement 8'까지 쉼 없이 이어지는 1개의 모티브가 첫음만 다른 4개의 덩어리로 유지되지만 그렇다고 의미 없는 반복이나 지루함만을 안겨주는 장치는 아니다. 이 모티브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볼륨을 줄이고 키우며 휘장의 안과 밖을 은근히 섞으며 도는 바람처럼 수많은 장치들 사이로 명멸한다. 그 움직임 위에 Pharoah Sanders의 색소폰이 들숨 날숨으로 공간을 바느질한다. 그의 연주는 우리가 익숙해하는 야성적이고 거친 음색, 부글부글 끓는 음들의 돌진 대신 차분하게 숨을 나누어 정렬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해하지 못할 난해함은 없다. 마냥 찬탄하기만 했던 광폭한 집중력도 없다. 주어진 모티브를 따라서 읊조리고 주문을 새로 만들어 왼다. 이어지는 짧은 구음(口音)들이 어떤 비물질적 풍경에 대한 감상을 추측하게 하고 다양한 종류의 건반악기들이 저마다 잠시 들어왔다 나가며 맥이 끊기지 않도록 호흡을 불어넣는다. 어찌 보면 크게 대단할 것 없는 화성과 구성이 이토록 살아있는 생물처럼 기능하는 것은 두 아티스트가 음악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증빙서류다. 해오던 것을 쉬지 않고 하는 것,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을지 묵묵히 고민하는 것. 그것이 전부다. 복잡한 박자, 고도의 화성을 못해서 안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시대를 살며 세상을 느끼고 사회를 읽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치밀하게 고민하며 음악을 만들어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엄청난 양의 화음을 쏟아내는 데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서사 구조, 부자연스러운 곳을 찾기 힘든 악기들의 합류와 배제, 시종일관 이어지는 모티브와 충돌하면서도 오히려 상승하는 화음과 대위법적 선율의 배치, 별처럼 멀리서 빛나는 음악적 장치들과 소리의 오고 감은 어떤 경지를 엿보게 할 정도다. 몇 번을 반복하여 들어도 매번 울컥하게 만드는 지점이 발생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장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스스로에게 씌운 업을 끝내 해결해 내고야 마는 성스러운 성실함.
<Promises>는 장르를 떠나 2021년에 들은 앨범들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할 수 있다. 시대를 짊어지고 과거를 주워 미래에 담는 이들의 보시(布施). 음악이 이렇게 성스러워질 수 있는 것은 흙먼지를 마다않고 땅바닥을 쓰는 수고로 음악을 깁는 이들의 정성 때문이다. 그 한편에 듣는 이로써 잠시나마 올라타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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