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24마디

Andrew Hill - Dusk

by jazzyhyun


Artist : Andrew Hill



Title : Dusk



Record Date : September 15 & October 27, 1999



Release Date : May 16, 2000



Label : Palmetto



Personnel


Andrew Hill - piano


Marty Ehrlich - bass clarinet (track 2), alto saxophone (tracks 1, 3 & 5-7)


Greg Tardy - bass clarinet (track 2), tenor saxophone (tracks 1, 3 & 5-7)


Ron Horton - trumpet (tracks 1-3 & 5-7)


Scott Colley - bass (tracks 1-3 & 5-7)


Billy Drummond - drums (tracks 1-3 & 5-7)




Track Listing



1. Dusk


2마디의 동기가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되고 피아노와 관악기들이 자유즉흥 연주에 가까운 밀도로 뭉쳐 놓은 영감을 풀어놓는다. 관악기로 쌓은 주제 멜로디는 길이는 짧을지라도 화음을 통해 느껴지는 독특한 질감이 매력적인데 대단히 섬세하게 짜여진 실내악 소품을 듣는 듯한 정교함이 놀랍다. 품질을 보장하는 독특함은 실력으로 증명되는 작곡가의 상징이다. 오랜 기간을 자신만의 철학으로 버텨내온 앤드류 힐의 내공이 엿보이는 작법, 앙상블, 연주를 맛보기에 좋은 곡이다.



2. ML


대위법적인 선율로 움직이는 관악기의 인트로는 재즈보다는 클래시컬 뮤직에 가깝다. 비록 몇몇 솔로 피아노 트랙들이 존재하지만, 앤드류 힐은 앨범을 통틀어 피아노의 퍼포먼스보다는 관악기 대 피아노의 양분화된 구조를 유지하며 주제의 흐름과 유동성의 확보에 힘쓰는 모양새다. 물론 이는 악기 연주자들의 개인 연주력이 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으로, 관악기부터 리듬 섹션 연주자에 이르기까지 주어진 역할-테마 연주와 즉흥 연주 모두-에 충실히 소임을 다하고 있다.



3. Ball Square


드럼 연주자 Billy Drummond의 역량을 엿보기에 좋은 곡이다. 앞서 언급한 피아노와 관악 파트의 역할 분담과 더불어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이 있다면 바로 Billy Drummond의 멜로디 연주인데, 드러머가 각 섹션을 잇는 멜로디를 어떻게 만들고 유지해서 다음 파트로 진행시키는지 배울 수 있는 좋은 예다. 업템포에서의 스윙 뿐만 아니라 리듬 모티브를 매끄럽게 빚어내는 솜씨가 훌륭하다.



4. Tough Love


본 앨범에서의 첫번째 피아노 솔로 연주 트랙이다. 맑지만 건조한 피아노의 톤이 감상적인 측면을 살며시 뒤로 밀어내고, 종종 등장하는 빽빽한 화음과 텅빈 단선율의 대비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앤드류 힐이 자신만의 개성을 진득하게, 천천히 풀어나가는 트랙이다.



5. Sept


이 앨범에는 두 명의 베이스 클라리넷 연주자가 포진되어 있는데 이 저음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절묘한 효과가 놀랍다. 멜로디로 곡을 리드하고 대선율로 다른 악기를 보조하는 두 개의 역할을 다른 악기가 아닌 베이스 클라리넷에 맡긴 선택은 탁월한 것으로 보이며 그것도 2대로 편성한 의중이 묘수였다.


곡은 중반부에 이르러 매우 빠른 7/8 박자로 전환하는데 이 가운데에서도 연주자들은 흔들림 없이 진한 느낌의 즉흥연주를 선보이며 수준 높은 앙상블을 들려준다. 연주와 작법에 있어 앨범에 수록된 곡 중 가장 높은 난이도의 차원에 있다.



6. T.C.


여전히 두 대의 베이스 클라리넷이 묵직한 음들을 쏟아내는 가운데에 베이스가 절묘한 루바토와 아르코로 서주의 분위기를 잡는다. 들으면 들을수록 앤드류 힐의 작곡은 재즈와 클래시컬 뮤직의 경계를 떠나 현대음악에 가깝다고 느껴지는데, 그 안에 스윙과 대위선율, 도전적 선율과 리듬 모두를 총괄하는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앤드류는 1960년대 이후로 다른 뮤지션들의 세션으로는 거의 활동하지 않은 채 자신의 곡으로만 활동하는 것을 선호했고,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했는데 이는 자기 안에 있는 내밀한 결심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그의 곡을 들어보면 그렇다. 스스로에게 헌신하는 자의 옹골찬 뚝심같은 것이 있다.



7. 15/8


바쁘게 움직이는 베이스 위로 앤드류의 즉흥연주가 이어지고 다시 그 위에 레이어처럼 관악기들의 앙상블이 얹힌다. 시종일관 업템포 라이딩을 유지하는 탓에 다소 느슨한 감의 피아노 즉흥연주가 탄탄한 외피를 두른 것처럼 무너지지 않은 채 흐를 수 있고, 그 뒤를 받치는 색소폰의 블로잉이 불을 뿜는다. 종반에 이르러 베이스는 가쁜 숨을 멈추고 드럼과 색소폰만이 듀엣 앙상블을 펼치는데 이 부분을 곡의 백미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집중과 상호작용이 이어진다.



8. Focus


앨범에 수록된 두 번째 피아노 솔로 트랙이다. 약 50여초의 짧은 길이가 'focus' 라는 제목에 재치가 숨어 있음을 알려준다. 집중하지 않으면 눈치도 못 채게 끝나리라는 것, 나의 집중은 50여초 쯤, 딱 여기까지라는 것 등 중의적인 암시들을 상상하는 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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