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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zzyhyun Mar 24. 2024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56마디

Don Byas featuring Mary Lou Williams..

*이번 회차는 소제목의 한계로 정확한 타이틀을 아래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번 회차는 앨범 전체에 대한 리뷰로 갈음합니다.

 


Artist : Mary Lou Williams, Beryl Booker, Don Byas


Title : Don Byas featuring Mary Lou Williams Trio & Beryl Booker Trio


Record Date : 


Tracks 1-8 Recorded in Paris on December 2, 1953 

Tracks 9-13 Recorded in Paris on February 1954 

Tracks 14, 16 & 17 Recorded in Paris on May 10, 1955 

Track 15 Recorded in Paris on May 12, 1955


Release Date : 1954


Label : BMG France, Vogue


Personnel 


Don Byas - Tenor Saxophone


Mary Lou Williams (tracks: 1 to 8), Maurice Vander (tracks: 14 to 17),


Beryl Booker (tracks: 9 to 13) - Piano


Bonnie Wetzel (tracks: 9 to 13), Buddy Banks (2) (tracks: 1 to 8), Pierre Michelot (tracks: 14 to 17) - Bass


Benny Bennet (tracks: 14, 16, 17), Elaine Leighton (tracks: 9 to 13), Gérard Pochonet (tracks: 1 to 8), Roger Paraboschi (tracks: 15) - Drums


Vibraphone – Sadi (tracks: 14 to 17)



Track Listing


1 O. W.


2 Mary's Waltz 


3 Just You, Just Me 


4 Lullaby Of The Leaves 


5 Moonglow 


6 Why 


7 Chicka Boom Blues 


8 New Musical Express 


9 Paris Medley : April In Paris / Paris In The Spring / The Last Time I Saw Paris / I Love Paris 


10 Cheek To Cheek 


11 Makin' Whoopee 


12 I Should Care 


13 Beryl Booker's Byased Blues 


14 Sincerely 


15 Burt's Pad 


16 I Can Get Started 


17 Just One Of Those Things 



 테너 색소포니스트 돈 바이어스는 재즈의 역사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이다. 생산력의 측면에서 재즈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40-50년대에 핵심적인 인물들과 함께한 경력도 많거니와 이론과 연주의 결합에서도 다양한 이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일종의 음악적 담론을 형성해 나갔기 때문이다. 그는 스윙 시대가 밥 시대로 이동해 나가는 경로에 몸을 실었지만 본인의 뿌리인 스윙 자체를 아예 잃어버리지는 않았다. 흔히 비견되는 콜먼 호킨스의 풍부한 톤과 더불어 그가 음악적 이상으로 꼽은 피아니스트 아트 테이텀을 고려해 보아도 돈 바이어스의 본령은 스윙이라고 봐야 맞다. 


 그러나 필자가 이번 앨범의 핵심 인물로 꼽고 싶은 사람은 돈 바이어스가 아니라 두 명의 피아니스트 매리 루 윌리엄스와 베릴 부커다. 사실 본 앨범은 일종의 편집본이라고 보아야 맞다. 매리 루 윌리엄스와의 연주는 'The Mary Lou Williams Quartet Featuring Don Byas'라는 타이틀의 단독 앨범으로, 베릴 부커와의 연주는 'Beryl Booker Trio With Don Byas In París'라는 타이틀의 단독 앨범으로 발매된 것으로 추측한다. 추측한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두 앨범에 대한 기록들에서 일관성이나 정확성을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4번 트랙부터 17번 트랙은 프랑스의 피아니스트이자 키보디스트인 모리스 벤더의 것으로 보이나 그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역시 찾을 수가 없다. 두 앨범에 대한 정보들은 발매 연도가 다르거나-혹은 어처구니없거나-레이블이 다르거나, 트랙리스트가 다르다거나, 혹은-이 부분에서는 심지어 약간의 상심마저 느꼈는데-여성 피아니스트들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여서 몇몇의 트랙만 발췌된 컴필레이션으로만 기록이 남겨져 있다. 왜 내가 여성 피아니스트들이라는 카테고리에 이 두 사람을 묶어놓은 일을 불편해하는가? 그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더 풀어보도록 하겠다. 일단은 매리 루 윌리엄스와 베릴 부커에 대해 말하는 것이 맞다.


 매리 루 윌리엄스의 스윙은 독보적-이런 말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우면서 흥미롭다-이라고 할 만하다. 리듬의 강렬함이나 다이내믹의 풍성함 때문이 아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타건은 섬세하지만 옹골차고 그 덕분에 피아노의 톤이 산뜻하며 세련스럽다.  리듬은 얽매인 것이 없는 듯 상쾌하다.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규칙적으로 일관하는 박동이 존재하지만 거기에서 특정한 강박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맞물려 다른 피아니스트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그녀만의 수려한 스윙이 만들어진다. 언젠가 베이시스트 벤 스트릿에게 가장 스윙하는 뮤지션이 누구냐 물었을 때 엘빈 존스와 더불어 그녀를 뽑았던 것이 기억난다. 


 스윙만이 매리의 장점은 아니다. 그녀는 그녀가 살던 시대에서 그리 존중받지 못하던‘흑인‘과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이중으로 짊어지고서도 상당히 다작을 한 편인데 100개 이상의 녹음과 작. 편곡을 남겼다. 


 본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그녀만의 독특한 작법은 ‘Mary's Waltz'와 ’New Musical Express'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즉흥연주가 없거나 블루스 진행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독특한 화성적 접근과 멜로디 라인은 그녀가 당시의 주류 음악인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고유의 색을 가지고 있었음을 추측하게 한다. 


 그와 더불어 매리 루 윌리엄스가 들려주는 테크닉들은 업템포, 스윙, 발라드를 가리지 않고 블락코드와 비밥 어프로치를 포함하고 있는데 결국 그녀의 최고 강점은 세련된 톤과 산뜻한 그루브에서 나오는 스윙임을 부정할 수 없다. 


 베릴 부커는 필라델피아 출신의 피아니스트로 잠시 찾아온 음악적 황금기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채 지역의 작은 재즈 바에서 고군분투한 음악가다. 그녀 역시 매리처럼 ‘여성’과 ‘흑인’이라는 이중의 정체성 압박으로 꽤나 고난을 받아온 인물이지만, 매리에 비해 상대적인 고통이 더욱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문제와 알콜중독이 쉽게 해결되지 않았으며 1959년 디나 워싱턴과의 연주 이후로는 행적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혹은 불행하게도 남아있는 그녀의 몇 장 안되는 앨범들이 부커의 음악적 기량들을 증명한다.


 베릴 부커와 돈 바이어스가 협연한 앨범의 첫 트랙은-비록 돈 바이어스는 등장하지 않지만-일종의 ‘Paris Medley'로 April in Paris, Paris in the Spring, The Last Time I Saw Paris 등의 연속 연주다. 부커는 등장부터 강렬한 타건을 통해 집중력을 강요하는 듯한 뉘앙스로 힘찬 스윙을 이어간다. 음정이 정확하지 않은 베이스가 몹시 아쉽긴 하지만 그와 별개로 베릴 부커의 연주는 몹시 힘차고 직선적인 정동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성 피아니스트’에 대한 편견을 지적한다. 여성 피아니스트라면 으레 섬세하고 부드러운 연주를 할 것만 같다, 테크닉이나 힘이 부족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베릴 부커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그녀는 ‘Cheek to Cheek'같은 업템포에서도, 'Makin Whoopee'같은 스윙에서도 한 방향으로 일관하는 직선적인 힘의 추동을 유지한다. 그녀가 직접 노래를 부른 ’I Should Care'는 어떠한가? 나는 그녀의 연주와 노래를 내가 들었던 가장 아름다웠던 ‘I Should Care' 중 세 손가락 안에 꼽겠다. 강렬하면서도 굴곡진 연주는 그녀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혹은 ‘여자답지 않게’ 따위의 부수적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그것이 베릴 부커일 뿐이다. 이것이 내가 앞서 이야기한 여성 피아니스트라는 카테고리에 마음이 상한 이유다. 


 매리 루 윌리엄스와 베릴 부커뿐 아니라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사회적인 불이익 음악가들이 한둘이겠는가? 훌륭한 실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무명들이 많았으리라. 그것을 잊지 않는 것은 중요하며 의무적이다. 다만, 그들의 실력을 ‘여성’이라는 범주에 묶어버리는 것은 이중의 정체성 함정에 빠지는 일임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매리 루 윌리엄스를 알아요?’ ‘아 그 여자 피아니스트요?’ ‘베릴 부커를 아나요?’ ‘아 맞아요 그분도 여자죠’. (여성) 재즈 피아니스트 매리 루 윌리엄스, 베릴 부커 앞에 붙은 괄호를 떼어야 그들의 음악이 있는 그대로 다가올 것이라는 내 생각은 지나치게 강박적인 것일까? 혹시 그 정체성이라는 것이 매리나 베릴의 음악을 음악적으로-사회적 혹은 경제적으로가 아니라-이해하는데 필수적이라면, 그렇다면 아마 내가 틀린 것이리라.


아래에 첨부된 즉흥연주 채보 파일 링크는 'O.W.'에서의 돈 바이어스, 'New Musical Express'에서의 매리 루 윌리엄스, 'I Should Care'에서의 베릴 부커의 것이다.


https://youtu.be/uF-CVy85z0Y

https://youtu.be/ORR4n2ehr2U


https://youtu.be/MvI0NtQJg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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