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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하 Jan 07. 2021

염탐하는 마음

구남친 SNS 들어가 본 적 있다 없다?

다 합하면 세 손가락 안에 드니까 이게 많은 수인지 적은 수인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기적으로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냐고? 아니, 전혀. 내가 은밀하게 염탐하는 그들은 나의 적군이다. Enemy!!


그들의 삶이 궁금해지면 나는 은밀한 행동을 개시한다. 사실 행동 강령은 별 것 없다. SNS 계정을 통해 로그인하면 준비 끝. 적의 계정이 공개 상태라면 본계정으로 남몰래 검색해보고 내역을 지워버리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물론 친구 신청을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계정을 만드는 노고가 수반되기도 하지만. 그렇게까지 공을 들여서 적의 사생활을 염탐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우습지 않은가? 대체 뭘 얻고 싶은 거냐고.

 

적의 특징은 대게 나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준 사람들이다. 대표적으로 오래전 좋지 않게 헤어진 구남친이라거나(하기야 좋은 헤어짐은 뭔데),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하지만 어쩌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누군가. 그들의 삶을 염탐하면서 드는 감정은 크게 두 가지 결로 나뉜다. 안도하거나 자극받거나.


애정으로 시작된 관계가 틀어져 적이 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그런 ‘적’이 나를 두고 잘 먹고 잘살면 신경 쓰인다. 근데 또 너무 인간같이 못 살고 있으면 그것도 싫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염탐의 마음은 미련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적군을 아군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도, 적진으로 쳐들어가 끝장을 보고 싶은 마음도, 그 어느 쪽에도 나의 마음은 속하지 않는다. 다만 ‘얼마나 잘 사나 보자’로 시작해 ‘나도 너만큼 잘 살 거야’로 끝나는 혼자만의 경쟁으로 그들의 삶을 견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런 감정의 잔상은 사실 오래가지도 않는다. 쓱 보고 흥 하고 끝일뿐)


“남을 사람은 남고 갈 사람은 가는 거지, 인간관계에 목매는 거 별로야”

나도 알고 있다. 세상 쿨한 척, 저런 말을 뱉을 거면 몰래 염탐이나 하지 말던가. 물론 그래서 나의 이 은밀한 취미는 1급 기밀에 부쳐왔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염탐하고 싶은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아마 내가 더 이상 그들을 의식하지 않을 만큼 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을 때 나는 이 은밀한 취미를 그만둘 수 있을 것이다. 뭐, 그때 되면 또 다른 적군이 생겨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행인 것은 염탐해야 할 적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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