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하 Jul 12. 2021

밥 위에 고기를 얹어주길 잘했네.

정말이지 기분 좋고 따뜻한 선물.

- 혹시 오늘 저녁 삼겹살 어떤가요.

- 좋습니다.

- 저도요.


퇴근 무렵, 갑작스레 성사된 저녁 약속. 서너 명의 직장 동료들과 함께 도착한 곳은 회사 근처 백반집이었다. 그곳은 낮에는 식사 메뉴를, 저녁엔 삼겹살을 함께 파는 곳이다. 


- 사장님~ 여기 삼겹살이랑 맥주 한 병 주세요.


네모 반듯한 모양의 꽝꽝 얼어붙은 삼겹살이 나왔다. 뜨겁게 달궈진 판 위로 냉동 삼겹살을 올려두자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언 김이 피어올랐다. 오늘의 고기 굽기 당번은 나였다. 일과를 마치고 먹는 삼겹살이라니, 경쾌한 리듬으로 고기의 한 면이 노릇해지기 무섭게 분주히 집게를 움직였다.


삼겹살은 금세 먹기 좋게 익었다. 다 익은 고기를 올려 둘 여분의 그릇을 찾던 중 A와 눈이 마주쳤다. A는 우리 회사의 막내 사원이다. 어딘지 조용하고 깍듯한 사람. 함께 일 해볼 계기가 없던 우리는 최근에서야 몇 번 손발을 맞췄다. 일손이 부족해져 새로운 프로젝트에 긴급 투입되었던 것이다. A는 그 바쁜 일정 속에서 매번 웃는 얼굴로 곁을 함께 해줬다. 제법 궂은일들이었다. 


- 먹어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집고 있던 고기를 A의 밥그릇 위에 얹어 놓았다. 밥그릇 위에 얹힌 고기를 보고는 A의 눈이 동그래졌다. 눈이 마주치자 부끄러워져 괜히 시선을 피했다. 서둘러 맥주를 권했다. 짠- 하고 울리는 소리와 함께 밥 위에 고기를 얹어주던 어색한 손길과, 눈이 동그래져 나를 바라보던 A의 표정, 부끄러워 퉁명스럽게 건네던 나의 목소리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생각지 못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A님이 이모티콘을 선물했습니다. 


-.....???  갑자기 웬 선물이에요?!

- 그냥 선물을 드리고 싶어 져서요..!


A가 자주 사용하던 귀여운 메신저 이모티콘이었다. 몇 번 귀엽다고 얘기했었는데, 그걸 기억했던 모양이다. 정말이지 생각지 못한, 크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어떤 마음으로 보냈을지 짐작이 가는, 아주 따뜻한 요즘 시대의 선물이었다.





회사에서도 늘 점심을 함께 먹지만 저녁을 함께 먹는 것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삼겹살 같이 시간이 걸리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고, 맥주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다. 한 템포 느리게 맛보는 저녁 시간 동안 서로의 마음에 걸어두었던 빗장이 하나 정도는 더 열리는 것 같다. 그렇게 빼꼼히 열린 빗장 사이로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밥 위에 얹어 줄 용기가 샘솟기도 하는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이 귀여운 선물도 그런 마음으로부터 보내졌을게 분명했다.  


소소한 선물은 이렇게 하는 거로구나. 정말이지 따뜻하고 기분이 좋은. 

아무래도 밥 위에 고기를 얹어주길 잘한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A에게 선물 받은 이모티콘을 왕왕 보냈다. 

작가의 이전글 같지만 다른 계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