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돈 주고 먹지만 마음껏 먹지 못하게 된 것들이 몇있다. 이를테면 자연산 회, 대게, 초밥, 민물장어, 값이 나가는 과일들 그리고 투뿔 한우. 내 입으로 들어가긴 하나, 맛있다를 연발하며 끝도 없이 삼키는 아이들의 입을 보고 있으면 젓가락질 두 번이 한 번으로 줄어드는 것은 부모의 마음이겠지. 그나마도 산해진미 앞에 자기몫을 줄여 내 앞에 놔 주는 남편이 있어 다행이랄까.
* 언니 역시 부모이고, 언니네 아이들 먹성도 감당키 어려운데 내게 투뿔 갈빗살을 보냈다. 쉬이 만나기 어려운 거리탓을 하며 직접 구워 먹이지 못함을 미안해 했다. 언니가 보낸 위로의 말들, 값비싼 칭찬, 응원의 글만으로도 나는 하늘에 닿을만치 기고만장한데 이런 나를 먹이기기까지 한다. 보신을 하고 큰일을 무사히 마치길 바라는 그 마음이 고기맛만큼이나 달다.
* 오늘은 내가 제일 많이 먹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이런 내가 우스운지 아이들이 꺄르르 웃는다. 고기도 맛있고, 웃음소리도 즐거운데 자꾸만 언니가 떠오른다. 그렇게 고기도 웃음소리도 눈물도 모두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