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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지망생 Sep 09. 2023

네 번의 인도, 한 번의 파키스탄 (6)

다시 델리로, 신기한 델리탐험

나에게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던 바라나시를 뒤로 하고 나는 또 여행자가 되었다

원래 일정은 바라나시에서 리시케시로 넘어가거나 네팔을 가는 것이었는데 바라나시에서의 설사병과 많은 생각 중의 어떤 깨달음으로 다시 귀국을 결심했다

나는 결국 도피하듯 떠났던 두 번째의 인도여행을 마무리하러 델리로 다시 돌아왔다

원래 예정보다 먼저 돌아왔기에 시간이 붕 떴다


여기서 한 가지 설명하자면, 나의 여행스타일은 참 답이 없다

기분 내키는 대로 일정을 바꿔 비행기표를 버릴 때도 많고 중간에 누군가의 권유로 루트를 바꾸기도 한다 

뭐 그냥 이것이 나만의 여행방식이라고 생각하기로 한 후부터는 그러려니 하고 있다


원래 비행기표를 변경해 예정보다 2주일 정도 먼저 귀국하게 되었다

시간을 정확히 맞추지 못해 델리에서 이틀 정도의 시간이 떴다


사실 많은 인도여행자들에게 델리는 그냥 관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델리 빠하르간즈에서 하루나 이틀 묶고 저마다 자신들의 목적지로 떠났다가 귀국하는 길에 다시 들러 히말라야 립밤을 사는 곳이 델리가 아닐까 한다


난 그 델리를 탐험해 보기로 했다

사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빠하르간즈를 조금만 벗어난 코넛플레이스만 해도 완전 현대식 분위기라 인도의 첫인상을 빠하르간즈로 알았던 사람은 놀라가 된다 

그뿐 아니라 델리에는 후다시티를 비롯한 다양한 신도시들이 있다

관광객이 아니라 여행객의 시각으로 다가가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다'


난 이틀 동안 델리 지하철 카드를 사고 델리 곳곳을 누볐다

델리에서 시간이 뜬 사람에게는 한 번쯤 추천하고 싶은 여행법이다

지하철을 타고 아무 데나 가다가 지하철역이 마음에 들면 내린다

밖으로 나가 일부러 길을 잃고 정처 없이 걷는다

걷다가 지치면 길거리 식당에서 밥을 먹고 근처 지하철역을 물어서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델리 지하철여행의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빠하르간즈에 숙소가 있을 때는 뉴델리역이 아니라 RK 아슈람 마즈역이 훨씬 가깝다는 것이다

나는 노란색의 라인 (내가 맘대로 분당선이라 이름 붙였다. 실제 후다시티센터역은 분당 쪽과 분위기가 비슷하다)을 타고 Malviya Nagar역을 자주 갔다

그곳에는 큰 쇼핑몰과 극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영화는 꼭 인도의 극장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키스신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하며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는 재미있는 관객들 구경을 할 수 있다

인도에서 영화를 보고 난 후 한국에 돌아와서 나에겐 특별한 습관이 생겼다

그것은 영화를 볼 때 꼭 제일 뒷좌석표를 산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자리 위치별로 영화티켓값이 다르다

제일 앞자리가 싸고 제일 뒷자리가 비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비싼 데에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제일 뒤에서 영화를 보면 앞자리의 인도인들의 반응까지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마치 영화 속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인도에서의 극장은 지하철과 함께 꽤 고급시설에 속하기 때문에 짐검사가 철저하다


 일정한 크기의 백팩은 영화관 바깥의 짐보관소에 맡기고 가야 한다 (2012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어떨지 잘 모르겠다)

신나는 인도영화를 보며 그렇게 델리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델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며 내가 언제 또 이곳에 올 수 있을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인도를 두 번 간 것만 해도 꽤 흔한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때였다

모든 귀국길이 그렇지만 아쉬움과 함께 걱정을 한가득 짊어지고 무거운 마음으로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음 편에 가장 길고 흥미진진했던 인도의 라다크 지방의 오지 뚜루뚝과 스리나가르, 그리고 파키스탄의 여행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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