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자 빅토르 Dec 06. 2022

광화문 거리응원

2022 카타르 월드컵

12월 2일과 3일의 기록. 1일 목요일에 하나 누나랑 2일에 만나기로 했다가 약속을 취소했는데 2일 금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갑자기 하나 누나에게 오늘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친구 한 명을 데리고 온다고 하는 하나 누나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처음엔 비밀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궁금한 것은 알아내야 하는 성격인 나는 계속 누구인지 물어봤고, 신림에 살고 나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훤씬 많다는 하나 누나의 답변에 왠지 동찬이 형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6시 30분 퇴근하고 2호선을 타고 사당으로 향했다. 항상 2호선 탈 때 지나 만 갔던 사당역에서 내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당역에 내려서 하나 누나가 가자 고한 삼겹살집에 갔다. 사람이 꽉 찬 식당이었다. 대기하는 팀도 2,3팀 정도가 있었다. 하나 누나가 일단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예상했던 동찬이 형이 왔다. 동찬이 형과 잠깐 삼겹살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자리가 나서 들어가 자리를 잡고 하나 누나를 기다렸다.  

하나 누나가 금방 왔고 우린 부추 삼겹살과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대화의 대부분은 나를 구박하는 대화였고, 난 열심히 고기를 구우며 열심히 구박을 들었다. 하나 누나와 동찬이 형이 하는 구박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박이다. 고기를 다 먹은 후 볶음밥까지 정말 완벽하게 배를 채우고 근처에 있는 백종원 맥주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이제 슬슬 집에 갈 시간이겠구나 하는 생가에 집에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창밖에 현아 누나가 오는 것이 보였다. 알고 보니 오늘 광화문에 포르투갈전 거리응원을 하러 가는 것이었다.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모두가 ENFP라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사당에서 지하철을 타고 종각역으로 갔다. 내일 아침에 집에 들어간다는 마음을 먹고 형 누나들과 종각역에 내려서 광화문 광장까지 걸어갔다.

 길거리에는 붉은 악마 머리띠를 파는 상인들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많은 인원의 경찰분들이 계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광화문에 축구를 보러 온 사람이 정말 많았다. 12월의 추운 날씨이지만, 월드컵을 향한 사람들의 열정이 정말 대단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린 스크린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11시에 도착해 1시간 동안 월드컵 응원가를 만든 밴드의 공연을 보면서 응원하며 우리나라가 꼭 16강에 가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다. 

뒤늦게 도착한 연수 누나와 진영 누나까지 오고 우리는 동찬이 형이 준비해온 포르투갈 와인을 마시면서 "포르투갈 마셔버려!"라는 구호와 하나 누나가 주도한 구호인 "중요한 건 뭐? 꺾이지 않는 마음"을 외치며 꼭 16강 진출을 염원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12시. 새로운 날이 되었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선발 라인업에 이강인 선수가 포함되어있어서 기대감이 높았다. 그리고 포르투갈은 베스트 멤버가 선발 라인업을 채운 것이 아니라서 정말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들었다. 그런 기대와 다르게 우리나라는 시작 5분 만에 히카르두 오르타 선수에게 실점을 하고 말았다. 이미 16강 진출한 포르투갈에게 선취골을 내준 것은 굉장히 아쉬웠다. 근데 다행히도 우루과이가 가나를 2대 0으로 이기는 중 것이 한 줄기 희망처럼 느껴졌다.


그 희망이 더욱 커진 것은 전반 27분 김영권 선수의 동점골이었다. 호날두가 등으로 어시스트를 해준 덕에 김영권 선수가 골을 넣을 수 있었다. 2019노쇼 사건 사과를 이런 식으로 해준 호날두를 전 국민이 용서해준 순간이었다. 골이 들어간 순간 광화문도 난리가 났다. 형 누나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대한민국 응원가를 부르고 소리를 질렀다. 광화문에 응원하러 오기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후반에도 우리나라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잘 싸워줬고 우루과이는 계속 가나에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김영권 선수의 동점골이 터진 후 광화문 현장

그리고 마침내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 선수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 선수가 포르투갈 골망을 흔들었다. 결승골. 광화문은 축제의 분위기가 되었다. 나도 형 누나들을 붙잡고 환호성을 질렀고, 형 누나들 뿐만 아니라 광화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환호했다. 분위기가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할 분위기였다. 그대로 경기가 끝났고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우루과이가 한 골을 더 넣게 되면 우리가 타락하는 상황. 하지만 가나의 골키퍼가 우루과이 공격을 다 막아준 덕에 그대로 경기가 끝났고, 우리나라가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했다. 그 순간은 정말 짜릿했고 약간의 눈물이 나올 만큼 감동적이었다. 오랜만에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자랑스러웠고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도 굉장히 자랑스러웠다.

16강 진출 확정의 순간

광화문은 축제였다. 사람들은 경기가 끝났지만, 집에 가지 않고 광화문에 남아서 계속 코리아를 외쳤다. 나는 형 누나들과 함께 태극기를 기념사진을 찍고 사람들과 함께 빙글빙글 돌면서 응원가를 불렀다. 목이 쉬었지만,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사람들도 전부 신나서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했고 누구 한 명이 응원가를 부르면 그 주위로 모두 모여 응원가를 다 같이 불렀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우리나라의 16강 진출을 행복해했다. 언론사 카메라가 보이면 모두 모여서 그 카메라를 향해 뛰면서 응원가를 불렀다. 무엇을 헤도 그냥 즐거운 시간이었다. 지나가는 차들은 클락센으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2002년만큼은 아니겠지만, 비슷한 기분을 2022년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16강 진출 후 축제가 된 광하문

난 광화문에서 이 분위기를 더 즐기고 싶었지만, 지친 누나들이 그만 놀고 술 마시러 가자고 해서 홍대로 가려고 시청역으로 걸어갔다. 시청역에 가니 을지로행만 남아있다고 해서 우린 택시를 잡으로 역에서 다시 나왔는데 갑자기 눈이 오기 시작했다. 16강 진출을 한 직후에 눈이라니. 너무나 낭만적이라서 더 행복했다. 택시를 잡아서 홍대로 갔다. 홍대에 있는 술집에서 몇 시간 동안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6시 30분쯤에 집 가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갔다. 지하철만 타고 가면 되는데 연수 누나가 버스 같이 타자고 졸라서 신도림역에 내려 굳이 버스를 탔다. 연수 누나랑 버스 타고 온수역으로 가면서 또 신나게 떠들었다. 아직까지 16강 진출의 여운이 가시질 않아서 졸리지도 피곤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연수 누나는 집 앞에서 내리고 난 온수역으로 가서 7호선을 타고 부천시청에 내렸다. 눈이 쌓인 걸 보면서 진짜 겨울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걸어갔고 집에 들어가니 시간은 8시였다. 급 피곤해진 나는 바로 잠이 들었고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사당에서부터 시작했던 나의 12시간짜리 일정은 내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시간이 되었다. 광화문에 가지 않았더라면 엄청나게 후회했을 거고 나의 20대 첫 월드컵에 이런 추억을 만들어주고 함께해준 형, 누나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오늘 새벽에 있었던 16강 브라질전은 압도적인 기량 차이로 우리나라가 져서 대한민구의 카타르 월드컵 여정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멋진 투지를 보여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너무 고생하셨고 덕분에 너무 행복했다고 자랑스럽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은 여기까지.

작가의 이전글 2022년 마지막 공식 출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