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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빅토르 Feb 07. 2023

2023년 1월 두 번째 출사

무명작가 사진동호회

항상 인스타그램으로만 보았던 공간 또는 장소에 가면 굉장히 즐겁고 설레곤 한다. 동경하던 장소를 왔으니까 말이다. 1월 28일에 그런 감정을 느꼈다. 몇 년 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보았던 올림픽공원에 드디어 가게 되었다. 그것도 외롭게 혼자 가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으러 갔기에 다른 때보다 더더욱 설레었던 것 같다.

날은 좋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웠던 날이었다. 사진을 찍기 전 늘 그랬듯이 우린 카페에 모였다. 시간 맞춰서 가니 태웅이와 (윤) 지윤이 누나와 의외로 빨리 온 재인이 누나가 있었다. 나답게 히사시부리~로 첫 인사하니 어이없어하는 재인이 누나가 너무 웃겼다. 재인이 누나가 음료 뭐 시키라고 해서 내가 농담으로 "저 프랜차이즈 음료 안 마셔요"라고 하니 그냥 집에 가라는 그 멘트도 너무 웃겼다. 다른 멤버들도 한 명씩 도착했고 카페에서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 날 올림픽공원 체육관에서는 연예인 공연이 있었다. 누군지 기억이 안 나지만, 많은 팬들이 모여서 줄을 서 있었다. 한 번도 연예인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없는 나는 이 추운 날 연예인을 보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리는 그 팬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Photo by @thisis_4__you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올해는 좀 더 나답게 사는 것인데 그중 하나가 부모님께서 내게 주신 멋진 수염을 공개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한국 정서상 안 맞는 이유로 혹은 지저분해 보일까 봐 혹은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이유로 마스크로 가리고 다니거나 면도를 열심히 했다. 작년에 유럽을 여행하면서 만난 친구들이 내 수염을 보더니 본인들이 봐오던 한국인과는 조금은 다른 외모를 지닌 내가 신기하다고 했고 그와 동시에 내 수염이 정말 멋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한국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칭찬을 듣고 나니 내 생각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그동안 어떤 편견 혹은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내가 나답게 살지 못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나 스스로에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내가 면도를 아예 안 하면서 살기는 힘든 문화가 형성된 사회이지만, 난 내 신념대로 내 방식대로 걸어 나갈 생각이다.

Photo by Leica T


푸른 하늘에 싱그러운 웃음을 짓는 재인이 누나를 찍었다. 이 날 누나의 카메라는 추위로 인한 배터리 방전으로 아무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재인이 누나는 새 아이폰으로 열심히 찍고는 했다.

그 유명한 나 홀로 나무. 나무가 이쁘다기보다는 나무가 내뿜는 분위기가 더 예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동호회 회장인 형진이 형의 바람은 눈이 녹지 않아서 하얀 배경에 나 홀로 나무가 있는 풍경이었지만, 아쉽게도 눈이 다 녹아버렸다. 내년 겨울에는 형진이 형의 바람대로 눈이 하나도 녹지 않는 그날에 다시 한번 올림픽공원에 와서 예쁜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 이 날도 몇몇의 커플들이 사진을 찍었고 어떤 커플은 웨딩 스냅사진을 찍고 있었다.

Photo by Leica T


하늘이 점점 더 예쁘게 푸르렀다. 형진이 형의 뒷 배경에는 아무도 없는 언덕이었고 그런 풍경을 좋아하는 형은 내게 사진을 부탁했고, 난 형진이 형을 열심히 담았다. 항상 밝은 형이지만, 동호회로 인한 스트레스도 은근 많이 받을 텐데 조금이나마 형진이 형에게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멋진 사람이다.

형 담부턴 윙크하지 마요...


왼쪽 상단부터 (윤)지윤이누나, 태웅이, 오상이형, 장호형 Photo by Leica T

파란 하늘과 혼자 있는 언덕에서 점프를 하면 예쁜 사진이 나올 것 같아서 우리 다들 한 번씩 점프를 뛰었다. 나도 점프를 뛰었고, 재인이 누나와 지윤이 누나도 점프를 뛰었다. 여름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만약 여름이었다면 땀을 뻘뻘 흘렸을 것이다.

Photo by @woo._.ng2


내가 원한 단체샷은 그 유명한 비틀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느낌의 단체샷이었지만, 파란 하늘과 우리 모두가 같은 프레임 안에 들어가 있어서 그 자체로 되게 예뻤다. 나중에 단체샷으로 큰 신호등에서 한 번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진을 다 찍고는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불고기 집에서 다 같이 저녁을 먹었다. 불고기도 맛있었지만, 그 식당은 밑반찬들이 정말 맛있었다. 밥 먹고 다 같이 식당 옆에 있는 투썸으로 들어가서 텐텐이라는 어플로 게임도 하고 마피아 게임도 하고 내가 산 케이크도 먹으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약 내가 사진동호회에 안 들어왔다면 지금처럼 사진을 예쁘게 그리고 즐겁게 못 찍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사진이라는 취미 안에서 서로의 삶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속해 있는 이 동호회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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