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작가 8월 공식출사
오랜만에 적어보는 사진동호회 이야기. 사진을 처음 찍는 1년 동안은 혼자서 사진을 찍다 보니 내 갤러리에 대부분의 사진들은 풍경 사진이었다. 그러던 내 갤러리에 변화가 생겼다. 동호회 형 누나들과 함께한 이후로 사람들의 얼굴이 들어간 사진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카메라에 담겨있는 내 사진도 많아졌다.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사진과 일상을 공유할 사람들이 더욱 늘어난 것. 사진 동호회에 들어가고 1년 동안 나는 더 밝아졌고, 내 사람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8월 26일. 햇빛이 아주 뜨거웠고 습해서 그늘에 들어가 있어도 땀이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파란 하늘에 미세먼지가 없어서 예쁜 노을을 기대할 수 있었던 날씨였다. 이 날 가장 후회한 것은 선글라스를 쓰지 않은 것. 이렇게 더운 날 난 무슨 생각으로 선글라스를 내 가방에 넣지 않았을까...?
사실 오늘 가장 기대한 것은 노을이었다. 뚝섬한강공원은 늘 왔을 때마다 노을이 아름다웠던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오늘도 그 노을을 내 눈과 카메라에 꼭 담길 바랬다.
감사하게도 오늘 노을은 최고였다. 내가 기대한 것 이상 아름다운 노을이 서울을 감싸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아름다웠다. 이런 예쁜 노을을 내가 가족처럼 생각하는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눈에 담아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다시 오지 않을 2023년 8월이라 더 소중했다.
롯데타워와 그 옆으로 나란히 서 있는 건물들과 한강에 비추는 노을의 색, 그리고 하늘이 한 장의 그림과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며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내가 살아가는 순간들에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전에는 난 그 순간이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것을 몰랐던 순간이 꽤 많았다. 그리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 후로도 놓쳤던 순간들이 꽤 많았다. 앞으론 이런 아름다운 순간들을 더욱더 기록하고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뚝섬한강공원이 좋은 이유는 한강 위를 지나가는 지하철과 그 지하철의 배경이 될 수 있는 남산타워와 롯데타워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두 랜드마크와 노을을 함께 담아낼 수 있다. 출퇴근할 때는 서울이 너무 싫은데 이렇게 사진을 찍을 때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너무 좋다.
롯데타워를 배경으로 찍은 이 사진이 이 날 내가 찍은 사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이런 예쁜 사진처럼 나의 남은 2023년도 아름다운 노을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촬영이 끝나고 우리는 맛있는 고기를 먹으며 술을 한 잔씩 마셨고 디저트로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처럼 이 날 하루가 참 달콤했던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순간에 또 그들의 순간에 아름다운 일들이 많기를 기대해 보며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