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나 Feb 27. 2024

순수한 기도


내 늦둥이 조카는 엄마나이 45살에 세 번째 선물로 찾아왔어요.

동생도 저도 천주교신자이고 같은 성당에 다니고 있습니다.

우주는 태어나자마자 유아세례를 받았고요.

복사자모회 활동을 하면서 듬직하고 인사 잘하는 참한 초등학생에게 대부를 부탁했는데, 

흔쾌히 우주의 대부가 되어주었어요.


주일에 성당에서 만나면 꼭 와서 인사해주고 손도 슬쩍 만져보고 한번 안아봐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고

안아주는 등 어른스러운 초등학생 신분의 대부입니다.

우주를 보는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게 보일 정도로 정도 많고요.

아기가 귀한 요즘이라 우주가 자매님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면 순서를 기다리듯 그 곁에 한참을 서있다가

다정한 인사를 건네주는 모습을 저도 여러 번 봤거든요.

그때마다 저 아이의 부모님이 참 교육을 잘 시키셨구나...라는 생각과 그대로 잘 크기를 바라는 화살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첫돌을 맞아 우주의 대부가 예쁜 선물과 함께 편지를 보냈다고 하는데,

저는 이 편지를 읽고 울컥했습니다.

물론 엄마가 준비한 선물과 또 엄마의 조언으로 쓴 편지일지 몰라도, 내용은 우주의 대부가 쓴 것일 테지요.

편지를 읽는데, 나는 누군가를 위해 이런 순수한 기도를 해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주 기도하지만 내 부모가 아프지 않게, 내 자식이 시험에 붙기를, 나에게 큰 불행이 닥치지 않기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기도했어요. 그 기도마저도 매일 하지 못했고요.

성당에서 성체를 모시고 난 후 그 귀한 시간에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위해 기도해 주는

그 곱고 예쁜 기도를 누구라도 들어주실 것 같아요.


요즘 들어 몸도 마음도 힘들어 짜증이 심해지고 있었는데, 

이 예쁜 편지를 보고 저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드네요.


그런데 반전은 봉투에 쓰인 우주의 성이 잘못되어 있었네요. ㅎㅎ

그동안 서우주가 아닌 이우주를 위해서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를 했었나 봐요.

감동에 재미까지 아주 완벽한 편지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태지옥 타파한 알바 체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