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늦둥이 조카는 엄마나이 45살에 세 번째 선물로 찾아왔어요.
동생도 저도 천주교신자이고 같은 성당에 다니고 있습니다.
우주는 태어나자마자 유아세례를 받았고요.
복사자모회 활동을 하면서 듬직하고 인사 잘하는 참한 초등학생에게 대부를 부탁했는데,
흔쾌히 우주의 대부가 되어주었어요.
주일에 성당에서 만나면 꼭 와서 인사해주고 손도 슬쩍 만져보고 한번 안아봐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고
안아주는 등 어른스러운 초등학생 신분의 대부입니다.
우주를 보는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게 보일 정도로 정도 많고요.
아기가 귀한 요즘이라 우주가 자매님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면 순서를 기다리듯 그 곁에 한참을 서있다가
다정한 인사를 건네주는 모습을 저도 여러 번 봤거든요.
그때마다 저 아이의 부모님이 참 교육을 잘 시키셨구나...라는 생각과 그대로 잘 크기를 바라는 화살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첫돌을 맞아 우주의 대부가 예쁜 선물과 함께 편지를 보냈다고 하는데,
저는 이 편지를 읽고 울컥했습니다.
물론 엄마가 준비한 선물과 또 엄마의 조언으로 쓴 편지일지 몰라도, 내용은 우주의 대부가 쓴 것일 테지요.
편지를 읽는데, 나는 누군가를 위해 이런 순수한 기도를 해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주 기도하지만 내 부모가 아프지 않게, 내 자식이 시험에 붙기를, 나에게 큰 불행이 닥치지 않기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기도했어요. 그 기도마저도 매일 하지 못했고요.
성당에서 성체를 모시고 난 후 그 귀한 시간에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위해 기도해 주는
그 곱고 예쁜 기도를 누구라도 들어주실 것 같아요.
요즘 들어 몸도 마음도 힘들어 짜증이 심해지고 있었는데,
이 예쁜 편지를 보고 저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드네요.
그런데 반전은 봉투에 쓰인 우주의 성이 잘못되어 있었네요. ㅎㅎ
그동안 서우주가 아닌 이우주를 위해서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를 했었나 봐요.
감동에 재미까지 아주 완벽한 편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