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안한 제이드 Apr 03. 2024

제목조차 떠오르지 않는 상태

아주 좋지 않은 상태라 할 수 있겠다


1. 

여전히 긴 글이 써지지 않고 있다. 다다음주 월요일까지는 짧은 소설을 완성해서 합평 게시판에 올려두어야 하는데 정말 큰일이다. 쓸 내용까지는 다 생각해 놓았는데 막상 쓰려고 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슬럼프인가 뭔가 그런 것인가? 뭘 했다고 슬럼프야!


2.

수요일마다 있는 소설 강의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가고 있다. 수업에 100% 만족하고 있는 상황은 아닌데 어쩐지 빠지기에는 아까워서 말 그대로 꾸역꾸역 다니는 중이다. 평일 저녁 수업이라 마치고 집에 오면 10시가 훌쩍 넘는 시간이 된다. 다음날 피곤해서 하루종일 고통스럽지만, 그렇다고 회사에서 고통스럽지 않게 하루를 보내기 위해 소설 강의를 빠진다는 선택은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다. 와중에 출판기획 관련 강의를 또 하나 신청해 버렸다(강의안이 너무 끌려서 그만). 이제 수요일에 이어 목요일에도 저녁에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한다. 잘할 수 있겠니 나야? 이게 다 회사에 하루 8시간을 붙잡혀 있어서 벌어지는 일이다. 회사 안 가고 학원만 다니면 여유로울 수 있는 일정인데..


3. 

그렇지만 나는 회사를 다녀야 한다. 돈을 벌어야 그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을 다니는 게 가능하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하고 싶은 일을 배우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해서 하기 싫은 일에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붓는.. 여하간 회사 일은 정말 재미가 없다. 나는 오직 돈을 위해 일한다. 


4.

긴 글로 정말 정말 쓰고 싶은 주제가 딱 하나 있긴 한데(덕질 관련), 너무 민감한 주제라 차마 꺼내놓지를 못하겠다. 내가 잘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머릿속에 있는 재미있으면서 쓰기 편한 주제들은 다 쏙쏙 골라 써댄 뒤라 이제 어려운 주제만 남았다. 그래서 긴 글을 더 못 쓰고 있는 것일지도. 


5.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 상태로 최근 몇 달을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 중심축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없어졌으니 휘청휘청 대는 게 당연하다. 이제는 그냥 이 상태를 받아들이고 다른 방도를 찾아보려 하는데 영 쉽지가 않다. 그래도 계속 시도하는 수밖에. 언젠가는 이 감정에 대한 글도 써보고 싶다. 지상 최대로 어려운 과제가 되겠지만. 


6.

원래 나는 제목을 굉장히 빨리 정하는 편이다. 보통 글의 주제를 생각하고 나면 제목부터 떠올라서 제목을 써놓고 본문을 쓸 때가 더 많고, 그게 아니더라도 본문을 쓰다 보면 금방 제목으로 쓸 말들이 생각났다. 이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꺼낸 이유는 뻔하다. 이번 글을 쓰면서는 그 쉽던 제목조차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목을 입력하세요' 상태로 글을 적어 내려가고 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내 뇌가 마비된 걸까? 어떻게든 아무 제목이나 지어서 이 글을 올리긴 할 테지만 정말 큰일이다.



사진: UnsplashSean Sinclair



7.

어찌 되었든 다음엔 무조건 하나의 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자꾸 짧은 글들만 쓰니 생각도 더 산만해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런 글은 브런치 느낌이 아니라 블로그 느낌에 가까우니 쓸 거면 블로그에 써야 해. 블로그와 브런치의 정확한 차이점을 잘 모르지만 어쨌든 브런치가 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브런치에 이런 쓸모없는 글을 배설하다니!라는 마음이 항상 드는 것도 사실.  





매거진의 이전글 체하지 않도록 컨디션 유지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