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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Sep 11. 2024

시원하게 자격증 시험을 건너뛰어보기로 함

바쁠 때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늘 그렇듯 계획은 성대하다. 원래의 계획은 일주일 동안 벼락치기를 해서 자격증 시험을 보는 것이었다. 준비하려 했던 것은 전자출판 관련 자격증이었는데, 출판 관련해서 그래도 아주 쬐금의 기본 지식은 가지고 있으니 일주일 벼락치기로 공부하면 어떻게든 과락은 면하지 않을까 하는 심보였다. 필기시험공부를 위해 책을 사고 침대 머리맡에 놓아두었다. 자기 전에 몇 줄이라도 읽겠지 하는 마음으로.


사진: UnsplashAaron Burden



  핑계를 대보자면 지난주부터 몸과 마음이 정말 너무나 바빴다. 몸부터 말해보자면 회사에서 일이 참 많았다. 왜 일이 많았는지는 또 밝힐 수 없어 슬프긴 하지만... 어쨌든 일이 많았다. 그것도 큰일이 아니라 자잘하지만 꼭 기간 내에 챙겨야 하는 일들이 많았던 것이라 온종일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마음까지 바빠졌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나면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헉 하고 일어나 보면 밤 12시~1시. 그때서야 부랴부랴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오늘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을 허겁지겁 해치우고 다시 수면에 들어가는 일주일을 보냈다. 그런 일정에 슬슬 익숙해질 만하다 싶으니 회사 밖에서 벌여놓은 일들이 들이닥쳤다. 새로운 소설 수업을 하나 시작했고, 넷플연가 신규 모임에 참석했으며, 여전히 듣고 있는 포토샵 수업에도 나가야 했다. 특히 소설 수업의 경우 단순히 수업을 듣는 시간만 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합평할 소설들을 미리 읽어가야 하는 데다 내 소설도 써야 하는지라 시간이 세 배로 들어갔다. 


  그렇게 바쁜 일정을 보내느라 정말 너무나 힘들었지만 어찌저찌 하나씩 하나씩 해나갔다. 그러는 와중 '자격증 공부'는 차일피일 뒤로 밀렸다. 아, 오늘은 소설 써야 하니까 일단 내일부터.. 아, 오늘은 포토샵 과제해야 하니까 내일부터.. 를 반복하다 주말에 빡세게 공부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이한 마인드에까지 다다랐다. (참고로 시험은 일요일 아침이었다) 정작 그렇게 생각했으면서도 토요일 저녁까지 안 쓰여지는 소설 파일을 붙잡고 씨름하던 나는 결국 깨닫고야 말았다. 아. 나 내일 시험 보러 갈 생각이 아예 없구나. 그렇게 나는 시험을 포기했고 내 수험료는 공중분해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길지 모르지만, 살면서 그렇게 바쁘게 살아본 적이 별로 없다. 나는 단순한 인간이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잘 못한다. 그래서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학생일 때는 딴짓 안 하고 공부만 했다. 학교-학원-집이 기본 루틴이었고 아주 가끔씩 빈 시간이 생기면 친구와 노는 정도였다. 대학생 때도 학교 수업 듣는 것 말고는 특별히 대외활동을 하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정말로 일만 했다. 일에 방해가 되는 그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 대학원? 일에 방해될까 걱정되어 가지 못했다. 취미생활? 주말에 푹 쉬지 않으면 다음 주 일하는 데 방해되니 최소한으로만 했다. 


  그러다 한 재작년부터 마인드가 좀 바뀌었다. 아니 대체 일이 뭐길래 내가 이렇게 몸과 마음을 다 바쳐 해야 하는 것인가? 심지어 하고 싶은 일도 아닌데? 그래서 그때부터 소설 수업을 듣고 취미 강의도 듣기 시작했다. 넷플연가 같은 모임 플랫폼에 신청해서 나가보기도 했다. 그러기 시작하면서 슬슬 시간 관리의 문제가 나타났다. 소설 숙제도 해야 하는데 책도 편집해야 하고 그러면서 자격증 공부도 해야 하는 식이었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해왔던 나로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아니 회사 다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90% 정도 소진하는데, 나머지 10%로 이걸 어떻게 해내? 


  그렇다고 회사 일 외 취미생활의 비중을 줄이자니 너무 억울했다. 내가 하루에 꼬박 8시간씩 회사에 내 노동력을 갖다 바치면 되었지, 그 이상의 시간까지 회사생활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니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래서 이 악물고 취미생활을 했다. 잠을 줄여가며 소설을 쓰고, 피곤해도 모임에 나가고. 그런데 그렇게 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수많은 취미생활을 유지하며 자격증 공부까지 하는 것은 조금 부담이었나 보다. 그걸 인정하기로 했다. 


  바쁘게 산 경험이 별로 없다 보니 시간관리의 필요성을 그간 별로 못 느끼고 살아왔던 것 같다. 3n살이 된 이제야, 회사에서의 시간도, 회사 밖에서의 시간도 꼼꼼히 관리해야만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번 자격증 시험료는 이 진리를 배우기 위한 수업료였다고 생각해야겠다(긍정적 마인드로다가). 요즘은 너무 바쁘니 당분간 자격증 공부를 다시 시작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일단은 회사 일 잘 정착시키고, 하고 있는 취미활동들 잘 진행해 나가는 게 첫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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