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교사, 브런치에서 작가가 되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한 권이 있다는 게 너무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내가 글을 잘 쓸 수 있을지, 그리고 꾸준히 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던 중 포털 사이트 검색으로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고 우리의 첫 만남은 시작되었다.
덜컥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서는, 처음에 무엇을 쓸지 막막했다. 그래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써 내려갔다. 당시 임용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였기에 매일같이 일들이 좌충우돌 벌어졌는데,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게 아쉬웠다. 그렇게 글을 하나씩 올리자 누군가 하트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주었다. "선생님 글 재미있어요", "공감돼요". 작은 반응이었지만, 나에게는 계속해서 쓸 수 있는 힘을 안겨주었다.
브런치 '작가' 시스템은 나에게 묘한 책임감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작가'라는 타이틀이 자부심을 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글을 못쓰면 어쩔까 걱정되었다. 그래서인지 글의 구성을 다시 살피고, 내용도 더 다듬게 되었다. 블로그를 운영할 땐 그냥 쓱쓱 써서 올렸는데, 이제는 다시 읽고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어느새 글의 퀄리티는 높아져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글쓰기 근육'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예전엔 글을 쓰는 게 두려웠다. 책상에 앉아도 진도는 나가지 않고 시간만 버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어느덧 매주 한 편 이상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겨있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브런치북, 연재 같은 다양한 기능들이 있어 글쓰기에 자연스레 재미가 생겼다. 각종 공모전에 참여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글쓰기에 즐거움이 생겨 있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주 글을 한 편 쓰게 되었다. 특히 내 글을 읽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 되었다. 꾸준히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나의 글을 읽어주는 구독자가 조금씩 늘어나 있었고, 응원하는 동료 작가들도 생겨있었다.
'여행 이야기'를 쓰며 글쓰기 인생에 전환점을 맞았다. 여러 번 다녀온 대만 여행기를 브런치북으로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좋아해 주었다. "슬픈데, 너무 웃기네요", "저도 대만 가고 싶어 졌어요"라는 반응들을 보며 이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용기를 내어 쓴 글을 바탕으로 출판사에 투고했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도전일 뿐이었다. 그런데 한 출판사(디디북스)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계약서를 작성하기까지 내가 단독 저서를 낸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글이 책이 되어 직접 들어봤을 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올해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대만의 모든 길은 나를 닮았다'라는 제목으로 한정판 미니북을 출간하게 되었고, 내년 초에는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더 재미있는 내용을 담은 단행본을 출간할 예정이다.
돌이켜보니 막연했던 '작가의 꿈'이 현실이 되어 있었다. 브런치스토리는 내게 단순히 글을 쓰는 플랫폼을 넘어, 내 안에 꿈틀대던 작가 DNA를 찾게 해 준 소중한 공간이다. 여기서 만난 글 동무들, 응원해 주는 독자들, 그리고 끊임없이 격려하는 시스템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가와 독자가 함께 성장해 온 브런치와 함께라면, 앞으로도 더 많은 꿈들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