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원격 연수 강의를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나에게 흑역사가 하나 남을 것 같다.
출장 당일 미용실에 들르고 옷도 사 입어야 한다는 지인들의 충고를 듣지 않은 것이 실수였고
그동안 사진을 늘 어플로 찍어왔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실수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 참담함을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그럼에도 소중하고 설레게 생각되는 것은 처음 이란는 것 때문이 아닐까?
첫 원격연수 촬영.
"얼마나 떨렸어?"라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데이터로 보여 줄 증거 자료도 있다.
바로 애플워치 심박수 데이터!
연수촬영을 하고, 얼마 뒤 워치 데이터를 보다 보니 알림이 떠 있다.
'내가 이 시간에 뭘 했지? 정말 건강에 이상이 있나? 17일 2시 40분... 대체 뭘 했지??? '
바로 촬영 큐! 사인이 들어가던 때이다.
그럼 그럼, 활동이 없는 것처럼 앉아 있어도 스튜디오 커다란 카메라 앞에서 내 마음이 얼마나 떨렸다고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떨림의 흔적으로 내 앞머리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깻잎머리가 되어 있고, 웃는 게 가장 예쁜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가며 웃는 것도 비웃는 것도 아닌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다.
그런데도 궁금은 하다. 과연 이 못남을 커버할 만큼 전달력은 있었을까?
쉬는 시간이 되어 연수 화면을 클릭해 봤다. 내 연수를 듣기 위해 내가 신청을 한 것이다.
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예상하듯 내 목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 불편한 일이다.
아이들은 나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것을 듣고 내 주위로 몰린다.
"선생님 목소리 아니에요?"
컴퓨터 화면을 본 아이들이 신나 한다.
원격연수의 개념을 알 수 없는 아이들은 연수도 뉴스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와, 선생님이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이다. 뉴스 기자 같아요 선생님."
"와, 선생님 꿈이 배우라고 했는데 진짜 텔레비전에 나온다."
지난달, 온작품 읽기 수업을 하며 어린 시절 꿈이 배우라고 했던 것을 아이들은 기억하고 있다.
나를 보며 기자, 아나운서, 배우. 한 번도 들을 수 없었던 말을 해준다.
힘찬이가 말한다.
"와, 우리 선생님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이다. 진짜 멋있다. 최고다.
엄마한테 말해야지 우리 선생님 텔레비전 나오는 멋진 사람이라고."
나는 왜 그 말이 그렇게 고마웠을까?
나는 아이들이 정말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내가 하는 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주고 나 보다 나를 더 칭찬해 주고 잘한다고 해준다.
우리의 역할이 단단히 바뀌었다.
아이들이 맞추기라도 한 듯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텔레비전에 선생님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아니지. 우리 선생님 텔레비전에 지금 나왔잖아. 그럼 나오니까 해야지"
"아하! 텔레비전에 선생님 나오니까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선생님이 텔레비전(원격 연수)에 나와서 하려던 이야기와
나를 그 자리에 서게 해 준 것은 모두 너희들의 이야기였단다.
우리의 교실이야기가, 이토록 밝고 따뜻한 우리의 교실 빛이
다른 선생님께도 전해지길 바라는 이야기였단다.
우리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사랑의 씨앗이 되어 전해지길 바란단다.
너희들이 특별한 사랑이야기가 새로운 생명이 되도록,
우리 오랫동안 이야기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