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하다 말고 울었습니다.
서울, 경기 지역에는 새벽부터 함박눈이 쌓여 겨울 왕국이 되었다고 했다.
다행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바람만 있을 뿐 고요했다.
3교시가 시작될 무렵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눈발이 흩날린다. 아주 거센 눈보라가 무섭기까지 하다.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났다.
“선생님~ 눈사태가 났어요.” 외치며 이리저리 뛰어나니고 입을 벌리며 눈을 맛보려고 한다.
”추워, 얼른 들어와. “ 동심을 파괴하는 나의 외침은 아이들 귀에 들어갈 일 없이 허공에서 흩어진다.
첫눈이 오는 날 아이들과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별 접기. 보통 별이 아닌 발도르프 별 접기이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우리들의 겨울맞이이다.
발도르프 색종이는 꼭 기름종이처럼 생겼다. 이 종이가 햇볕을 그대로 보듬으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아이들이 기다리던 눈도 오고, 하고 싶어 하던 별 접기도 시작하니 아이들 입가에도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참 예쁜 그림이다. 나도. 아이들과 책상을 마주 하고 앉아 함께 별을 접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얘들아. 나중에 너희들이 나이가 들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을 거잖아. 그럼 겨울이 되면 꼭 이렇게 아이들과 둘러앉아서 별도 접고, 크리스마스트리도 꾸며봐.
지금 선생님과 이렇게 보내는 것처럼 말이야.“
“너~~~ 무 좋아요.” 하고 노래하는 아이들.
“너희들도 나중에 아이들과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옛날이 말이야 내가 3학년 때 선생님과 이렇게 별을 접었단다.~ 하고 이야기해 주렴. “ 하고 말했다.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이 아이들이 부모가 되어 내가 어린이였을 때는 누리지 못했더라도, 자녀들에게는 지금 갖고 있는 이 고운 마음을 모두 펼쳐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들 사이에 이 아름다운 기억 하나만 갖고 있더라도, 아이들은 건강한 어른, 부모로 자라지 않을까?
나는 우리 아이들이 그런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길 소망한다.
지금의 아이들 모습이 아닌 그 뒤의 아이들 모습을 그리며 교실에 선다.
손가락을 꾹꾹 누르며 정성스럽게 별을 접던 봄이가 이야기를 꺼낸다.
” 달을 보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우리 언니가 그랬어요. 그래서 언니랑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어요. “
“어머, 그랬구나 봄아. 무슨 소원 빌었니?”
마음이 고운 봄이는 분명 다른 사람을 위한 소원을 빌었을 게다.
“음 우리 언니가 소원은 비밀로 해야 한다고 했어요. “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비밀을 자꾸 묻는 것은 아이들에게 고통이기 때문이다.
묻지 않으니 오히려 봄이가 입을 뗀다.
“음, 내가 말해줄게요. 내 소원은요…. 우리가 방학이 끝나고 왔을 때도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선생님이랑 또 내년에도 같이 공부하게 해 달라고요. “
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봄이야, 선생님도 너희들을 오래오래 만나고 싶다.”
먹먹해지는 마음을 누를 수가 없어서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었다.
아이들 얼굴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별만 접었다.
꾹꾹 참아보려던 눈물이 터졌다. 코를 훌쩍이는 척했지만 아이들이 눈물을 보고 말았다.
이대로 아이들 얼굴을 보면 또 눈물이 터질 것 같아 화장실을 핑계 대고 잠시 나왔다.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고 교실로 들어갔는데, 아이들은 결국 나를 울리고 만다.
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 아이들은 별 종이에 예쁘게 마음편지를 적어 놓았다. 그리고는 우리가 만들어서 붙인 유리창 아래 붙여놓았다.
“선생님, 선생님도 여기 서봐요. 우리 같이 소원 빌어요. 우리가 방학하고 개학하고 와도 선생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 “
두 아이가 손을 모으고 별에게 이야기한다.
나란히 창가에 붙인 별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두 아이들에게 그저
“우리 한번 꼭 안아볼까?”라는 말로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첫눈 오던 창가에서 별을 보고 소원을 빌며 서로 한 번씩 꼭 안아보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겨울이 되고 눈이 오는 날은 꼭 가족들이 모여 별을 만들며 추억을 이야기해보라고 이야기했지만
앞으로 나는 첫눈이 오는 날이면
별을 보며 나를 위해 소원을 빌어주던 이 아이들의 뒷모습이 생각 날 것 같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우리는 늘 마음속에 같은 별을 품고 살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