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화 Dec 25. 2024

3 vs 1, 누구 말이 맞았을까?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어쩌면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보다 더 설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24일은  마치 썰매를 타고 올 루돌프와 산타를 기다리듯 자주 창밖을  내다보곤 한다.

특별한 음식이나 이벤트가 없었음에도 그저 설레고 행복한 날,

아이들의 어떤 장난도 모두 애교로 넘겨줄 수 있는 날이다.

4학년 남자아이들이 유리창을 넘어 교실 밖으로 뛰어넘으려다 유리창이 넘어지려는 것을 보았을 때도

평소처럼 불호령이 아닌  이미 바닥난 인내를 다 끌어모아 아주 사근 사근 이래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날이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내가 제일 설레고 상기된 듯한 표정이다.

아이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그림책을 읽어 준 뒤

“얘들아~ 산타할아버지는 정말 올까?”

콧방귀를  뀌듯 아이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산타는 없어요.”


아홉 살 타조의 입에서 산타가 없다는 말을 들으니 조금 충격이다.

“산타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산타를 만난 적이 있는 사람?”  봄이가 수줍게 손을 든다.

들까 말까 고민하던 손이 천천히 머리 위로 손을 뻗는다.

‘세상에, 한 명뿐이라고?‘

“산타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타조, 힘찬이, 사랑이가 손을 번쩍 든다.

산타가 있다고 믿는 봄이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말하지 못하지만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자기의 생각을 힘주어 이야기한다.

유치원, 학교에서 만난 산타는 다들 선생님이었고  그림책이나 영화에 나오는 산타할아버지는 한 번도 집으로 찾아온 적이 없었단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선물이 놓여 있는 것도 그림책에서나 본 장면이란다.

그림책 이야기는 왜 그림이어야만 할까, 아이들에게 삶이 될 순 없었을까?


이미 3학년 선생님이 산타가 되어 선물을 주고 간 뒤였고, 아침에는 케이크도 만들었으니

아이들은 크리스마스를 충분히 행복하게 보낼 준비가 되었다.

학기말을 마칠 때 주려고 구입해 둔 문구세트도 선물로 주었다.

“올 한 해 선생님과 아주 즐거운 교실을 만들어 준 너희들에게 산타할머니가 주는 선물이야.”

아이들은 환호한다.

다음 주에 생일을 맞는 봄이는 “세상에, 오늘 모든 것들이 다 내 생일 선물이잖아. 완전 러키비키인걸.” 하며 행복해한다.

감사와 감탄이 많은 아이들은 역시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케이크를 들고 신이 나서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아이들은 오늘 저녁 부모님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가정 별로 형제자매 간, 남매간 함께 앉아 만든 케이크와 학교에서 마련한 행사로 들뜬 마음과 간식까지 오늘을 즐길 준비가 되었다.

아이들이 준비한 그 자리에 부모님들이 기쁜 마음으로 함께 먹기 위한 시간을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오늘의 이야기를 나누며 내일을 이야기하는 기쁨으로 잠이 든다면 그것이 바로

아이들 마음에도 희망이라는 산타가 다녀가는 것은 아닐까?


내일은 모두가 산타를  만났다고 손을 번쩍 들길 기대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