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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an 03. 2024

발전, 물과 불이 만나 전기를 만든다.

상극에서 협력으로

 

안녕하세요? 정윤식입니다.

오늘이 1 발전공장장으로 근무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저는 제 개인적으로는 1 발전공장에 2~3년 정도 지내면서 마지막 공장장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아직도 제가 벌려놓은 일과 제가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이 많은 일들을 신임 공장장님과 여러분들께 남겨두고 가자니 미안한 마음이 가장 큽니다. 그래도 저보다 더 훌륭하고 능력 많은 분이 새롭게 공장장으로 오셔서 미안하지만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발전이라는 공정은 정말 오묘하고도 신기합니다. 기력발전을 기준으로 보면, 연료를 태워서 얻어진 불이 물을 끓여서 거대한 터빈을 돌리고, 터빈이 결국 전기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복합발전을 기준으로 보면, 연료를 태워서 얻어진 불이 가스터빈을 돌리고, 또다시 배가스가 물을 끓여서 증기터빈을 돌리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터빈을 돌리는 시작점 중에 하나는 증기를 물로 만드는 복수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도 바닷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 발전공장도 돌아보면, 정말 어울리지 않은 물과 불이 많이 있습니다. 언제나 뜨겁게 열정적이게 일하는 "불"같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또 한편으로는 언제나 냉철하기도 하고 물처럼 흐르는 대로 일하는 "물"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평상시에 물과 불이 만나면 어떻게 됩니까? 영화 엘리멘탈에 그런 내용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불은 물을 만나면 꺼지고, 물은 불을 만나면 쉽게 증발하고 맙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극인 존재인 셈입니다.

 

그런데 물과 불이 서로를 적대하고, 대척점에 있지 아니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도와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서로가 대립하면 상극이지만, 서로가 협력하면 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비밀이 바로 "발전"입니다. 1 발전공장은 물과 불같은 사람들로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티격태격하며 싸우기도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하느라고 남의 이야기를 듣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물과 불이 만나 전기를 만드는 발전의 공정을 거칩니다.

 

저도 1 발전공장에 있으면서 많은 걸 배우고, 경험하고 갑니다. 물과 불이 만나서 전기를 만드는 신기한 "발전"의 과정도 배웠습니다. 우리가 서로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상극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장점으로 상대방의 단점을 메워주는 협력의 관계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1 발전공장이 포스코에서 가장 멋진 "조직문화"를 이루고, 물과 불이 만나서 최고의 발전효율을 달성하는 조직이 되었으면 합니다.

 

1년 남짓 일하는 기간 동안 1 발전공장장으로서 매우 자랑스러웠고, 여러분이 있었기에 이 과정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다시 꼭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2023.12.29일

1 발전공장의 타오르는 불, 정윤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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