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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an 24. 2024

밤하늘, 북극성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좌표가 필요하다.

북위 36도 포항에서 살다가 남위 6도 인도네시아 찔레곤으로 왔다. 계절의 변화가 있던 곳에서 떠나 우기와 건기의 바뀜만 있는 곳에서 살고 있다. 문득 저녁 늦을 무렵 동료들과 야근을 하고 밤길을 걸었다.


밤하늘에 달 옆으로는 목성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그 옆에는 한국에서도 자주 보던 오리온자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 돌아보니 카시오페아 별자리까지 보였다. 그리고 한국에서 늘 하던 대로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찾아보았지만 그 어느 하늘에도 북극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내가 있는 곳이 남반구임을 직감했다. 남반구는 동쪽에서 해가 떠서 남쪽을 지나 서쪽으로 지지 않는다. 동쪽에서 해가 떠서 북쪽을 지나 서쪽으로 해가 진다. 또한 남반구에서는 북극성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문득 내 처지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북위 36도의 생활은 늘 내가 보던 북극성이라는 좌표의 원점이 있었다. 늘 내가 하던 행동과 관습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별들이 빙빙 도는 생활을 했다. 하지만 북극성을 중심으로 사고하던 나의 가치관과 사고관은 남반구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심지어 북극성이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북극성을 찾은 습관을 버리고, 남십자성을 찾아야 한다. 북위 36도에서 생활은 남위 6도에서 생활방식에 통하지 않는다. 나에게도 새로운 좌표가 필요하다. 이제는 남쪽을 바라보며 역광을 피하는 습관을 버리고 북쪽을 바라보며 역광을 피하는 새로운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자동차 운전대가 반대임을 몸으로 기억하고 도로를 건너고 차량에 탑승해야 한다.


그렇게 나는 북위 36도의 삶을 어서 내려놓고, 남위 6도의 삶을 이어가고자 한다. 내게 익숙했던 북극성과 북두칠성과는 아쉬운 굿바이를 하고, 어서 남십자성과 오리온자리와 친해져야 한다. 그리고 나에겐 북반구나 남반구나 늘 밤을 비춰주는 반가운 달을 보며 산다. 그래도 다행인 건 달은 공전과 자전주기가 동일해서 언제나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난 오늘 밤 북극성을 찾기보다 남십자성을 찾는다. 그리고 달빛에 의지해서 어둑어둑한 밤길을 찾아 나선다. 나는 남위 6도에서 새로운 좌표가 필요하고, 늘 그렇듯이 답을 찾고 살아갈 것이다. 이제 해와 달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지만, 남향이 아닌 북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나는 오늘 익숙한 좌표의 원점을 잃어버렸지만, 새로운 좌표의 원점을 찾고 새로운 삶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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