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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Feb 02. 2024

알쓸신인 시즌1-01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도네시아 이야기 1-01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인도네시아 특파원으로 새롭게 제2의 직업을 갖게 된 정기자입니다. 여러분들은 인도네시아 하면 뭐가 가장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발리, 나시고렝, 자카르타, 쓰나미, 오랑우탄, 보르네오 섬, 자바 커피, 스노클링, 향신료, 천연자원 니켈 등이 생각나실 겁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인도네시아 하면 허니문 여행지로 유명한 발리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겁니다. 발리는 여기서도 인도네시아인들도 신혼여행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인도네시아가 중요하게 등장하는 키워드는 바로 "향신료"입니다. 오스만 튀르크 제국이 아라비아 반도와 터키까지 대제국을 건설하고, 오스트리아 비엔나 앞에 까지 출몰하여 유럽을 벌벌 떨게 만들었습니다. 이제껏 실크로드와 지중해 무역으로 엄청남 부를 자랑하던 화려한 베네치아 공화국의 위용이 점점 빛을 바라게 되고, 처음에는 포르투갈, 스페인을 필두로 한 이베리아 반도국이 대항해 시대를 열었고,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 항구를 중심으로 네덜란드가 동인도 회사를 통해서 특히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게 됩니다. 거기다가 화려한 여성편력과 무지막지한 왕권을 휘두르며 등장한 헨리 8세는 영국 내 왕권을 강화하고, 앤 불린의 딸인 엘리자베스 여왕이 등장하여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를 차례로 제압하고 드디어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서막을 열게 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새롭게 등장하는 두 나라가 있습니다. 첫 번째 나라는 바로 인도네시아입니다. 당시 향신료 무역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유럽에서 출발한 배들은 북해 쪽으로는 이베리아 반도를 끼고, 리스본까지 왔다가 거기서 쭉 남쪽으로 내려와서 라스팔마스로 유명한 카나리아 제도에 이릅니다. 그리고 다시 서쪽 아프리카 대륙을 끼고 돌아서 가봉 근처에 있는 상투메 프린시페라는 섬이 나옵니다. 거기서부터는 남쪽으로 쭉 남풍이 불어옵니다. 삼각돛을 단 배들은 역풍을 맞아도 베르누이 정리에 따라서 바다를 향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역풍을 맞으며, 개고생을 하며 아프리카 남단을 돌면서 "희망봉"을 발견하고, 케이프 타운에서 기항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북쪽으로 한창을 올라가면 아라비아 반도까지 올라갑니다. 그제야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서 이제 반쯤 오게 됩니다. 거기서는 비교적 안전한 항로인 인도 고아까지 바로 직행을 합니다. 그리고 고아를 기점으로 다시

인도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스리랑카에 다다릅니다. 거기서 다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과 인도차이나 반도사이에 말라카 해협을 지납니다. 동남아에서 가장 중요한 해협이 바로 말라카 해협입니다.

 

말라카 해협을 빠져나와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베트남, 대만을 거쳐서 중국, 한국, 일본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대항해시대만 하더라도 한국은 제대로 된 특산물이나 향신료가 없었던 탓에 유럽인들에게는 그 달리 중요한 거점이 아니었습니다. 대만에서 쭉 올라오다 보면, 일본 규슈와 혼슈사이에 좁은 해협인 기타큐수와 시모노세키로 향하는 항로를 짭니다. 그런데 해류의 흐름상 우리나라 거문도를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이 한때 거문도를 점거하고, 중간에 기항지로 삼으려고 하였으나 당시 조선군의 거센 저항으로 영국군은 포기하게 됩니다. 만약 그때 영국이 거문도를 강제점령하였다면, 아마도 지금쯤 거문도도 홍콩이나 마카오처럼 영국령이 되어서 매우 이국적인 곳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말라카 해협을 빠져나와서 남쪽으로 향하면 자바해협을 거치고 위쪽으로는 보르네오 섬과 술라웨시 섬을 지나게 됩니다. 거기는 소위 향신료 3대 천황의 생산지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향신료 3대 천황은 육두구, 정향, 후추입니다. 그중에 육두구(Nutmeg)는 유럽인들이 그야말로 환장하는 향신료였습니다. 대항해시대 당시에는 육두구는 술라웨시섬과 뉴기니섬 사이에 있는 반다이(Banda) 제도 있는 런 섬(Run Island)에서만 자생하였습니다. 19세기 육두구의 묘목을 카리브해에 있는 그레나다 등으로 옮겨심기 전까지는 육두구는 오로지 반바디 제도 런 섬에서만 생산되었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처음에는 포르투갈이 독점을 하다가, 다시 네덜란드가 반다이 제도를 차지하였습니다. 반다이 제도를 혼자만 독식하는 꼴을 끝까지 못 참은 영국은 육두구 무역권을 따내기 위해서 네덜란드와 한판 싸움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목숨 걸고 싸우는 네덜란드와 남의 꺼 뺏어먹으려는 영국과의 싸움에서 결국 네덜란드가 승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네덜란드는 계속해서 동인도회사를 통해서 육두구를 독점하고 엄청나게 부를 획득하게 됩니다. 이때 두 번째로 등장하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싸움에서 이긴 네덜란드는 북아메리카에서 별 쓸모없던 땅인 뉴 암스테르담을 영국에게 던져줍니다. 영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뉴 암스테르담을 차지하고, 거기를 둘러싸고 있는 벽을 부숴버립니다. 그리고 뉴 암스테르담을 둘러싸고 있던 지역을 월스트리트(Wall Street)라고 부르고, 이름을 새로운 욕이라는 이름으로 New York이라고 명명합니다.

 

15~17세기에 유럽은 오스만 투르크가 막아놓은 실크로드를 대신할 무역항로를 만들고 세계일주를 개척합니다. 그리고 그중에 네덜란드도 한 때마다 어깨에 힘주며 대항해시대를 주름잡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동물적인 상인정신으로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VOC)를 만듭니다. 그렇게 설립된 동인도 주식회사는 육두구를 독점생산하던 반다이 제도를 점령하고, 싸움에 진 영국에는 미국에 가치가 떨어지는 뉴 암스테르담을 넘겨줍니다. 네덜란드는 주식회사라는 제도를 세계 최초로 만들고, 육두구를 독점하기 위해서 반다이 제도를 점령하고, 뉴 암스테드담을 영국에 넘겨줍니다.

 

뉴 암스테르담을 넘겨받은 영국은 육두구 묘목을 빼돌려 카리브해에 육두구 생산기지를 만들고, 결국 19세기에 혼자서 꿀 빨고 있던 네덜란드의 힘을 빼버립니다. 또 영국은 그렇게 미국을 빼먹으려고 난리를 치다가 보스턴 차사건이 발생하고, 결국 미국은 독립전쟁을 통해서 독립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네덜란드가 만든 주식회사의 제도는 미국 뉴욕에서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우고 월스트리트를 탄생시킵니다. 이렇게 세계사는 포르투갈 - 네덜란드 - 영국 - 미국을 거쳐서 돌고 돕니다.

 

인도네시아 지폐인 1,000 루피 뒷면을 보면 Banda Neira라는 곳이 나옵니다. 바로 네덜란드가 반다이 제도를 지키기 위해서 만든 요새가 있는 곳입니다. 결국 자본주의라는 제도는 화폐와 신용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1,000 루피(우리나라돈 90원)를 쓰면서 네덜란드에 압제를 당한 인도네시아 반다이 제도의 슬픈 역사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 역사마저도 기록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인들의 자부심을 느낍니다. 세계사를 배우면 이렇게 돌고 돌아서 하나로 이어지는 순환고리가 있다는 걸 배우고 깨닫게 됩니다.

 

인도네시아에 와서 하나라도 배우게 되어서 기쁩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도네시아 이야기였습니다. 다음번에 또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정윤식 특파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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