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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r 20. 2024

두 사람의 위르겐, 클린스만과 클롭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되기 어렵다.

요즘 리더십에 대해 고민이 생겼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두 사람의 위르겐 이야기를 해보자.

 

두 사람의 위르겐은 위르겐 클린스만과 위르겐 클롭이다. 위르겐은 영어로 하면 George입니다. 서기 270년 전후에 태어난 성인이라고 한다. 위르겐 클린스만은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와 이탈리아 세리아A 밀라노에서 주로 활동을 하고, 1990년 FIFA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등 선수로서는 특1급 실력으로 유명세를 떨친 사람이다. 월드컵에서 11골을 넣어서 역대 득점 공동 6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선수생활 이후에 여러 나라와 클럽의 감독을 맡았고, 최근에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부임하였으나 한국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에 반해 위르겐 클롭은 분데스리가 2부인 마인츠 구단에서 11 시즌을 뛰다가 마지막 시즌인 2000 - 2001 시즌 후반기에 부진한 성적으로 감독이 공석이 되자 구단은 클롭에서 감독직을 제안하고 선수로서 커리어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감독직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만년 2부 리그인 마인츠를 2003-2004년에는 분데스리가로 승격을 시켰다. 그리고 도르트문트로 스카우트되어서 분데스리가를 2회 우승하고, UEFA 챔피언스리그 1회 준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어차피 우승은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분데스리가판에 2010 ~ 11, 2011 ~ 2012년 2번의 시즌을 연속 우승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 리버풀로 다시 스카우트되어서 2019 ~ 2020 시즌에 리버풀을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안겨주고, 이후에 거의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위르겐 클린스만은 특1급 실력으로 화려한 선수생활을 지내고 실망스러운 감독직을 수행한 반면에, 위르겐 클롭은 2부 리그에서 2급 실력으로 평범한 선수생활을 지내다가 매우 성공적인 감독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나는 여기서 두 리더십에 대해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왜 특1급 선수가 특1급 감독이 되기 쉽지 않은가? 또 왜 1급 ~ 2급 정도 수준의 선수가 특1급 감독으로 성공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라는 명제의 반대 증거로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 프랑스 지네딘 지단 같은 사람도 있다. 또한 선수시절에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이나 박항서 감독처럼 평범한 선수생활을 거쳐서 매우 성공적인 감독이 된 사람도 있다. 이는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 배구 등 주로 팀으로 활동하는 경기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회사에서도 일반직원으로 특1급의 능력을 보여주다가 팀장, 부장, 임원이 되고 나서 매우 실망스러운 관리감독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일반직원으로 1~2급 능력을 보여주다가 팀장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나중에 사장, 회장이 되는 특이한 케이스도 있다. 물론 일반직원으로 특1급으로 지내다가 최고경영자까지 승승장구하는 요한 크루이프 같은 케이스도 있다. 나는 이런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보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총 4가지 케이스가 존재한다. 선수 시절의 능력을 상, 하로 나누고 감독시절의 능력을 상, 하로 나눌 수 있다.

 

1. 선수 상, 감독 상 : 요한 크루이프, 지네딘 지단

2. 선수 상, 감독 하 : 위르겐 클린스만

3. 선수 하, 감독 상 : 위르겐 클롭, 거스 히딩크

4. 선수 하, 담독 하 : 논의에서 제외

 

여기서 주목해야 할 케이스는 바로 2,3번의 경우이다. 왜 위르겐 클린스만은 감독으로서 실패하고, 위르겐 클롭은 성공하였을까? 내가 고민한 바는 리더십에서 크게 3가지다.

 

첫째, 감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수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실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축구에서 기본이 되는 킥, 드리블, 트래핑 등 기본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는 일반직원으로서 최소한의 기획능력, 분석능력, 성실성이 담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단계를 거쳐서 승진을 하여 팀장으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위르겐 클롭도 마인츠에서 11 시즌을 보내면서, 방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가 되었고 나중에 감독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니깐 명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명선수일 필요는 없다.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이 아니다.

 

둘째, 감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내가 명선수이고 특히 스트라이크라고 하면, 다른 선수들이 나에게 패스를 해주고, 내가 스스로 개인기로 수비를 뚫고 드리블해서 골을 넣을 수 있다. 또한 데이비드 베컴처럼 프리킥을 열심히 훈련해서 환상적인 골을 넣을 수 도 있다. 그러다가 감독이 되면, 나는 스크라이크가 아니라 후보선수까지 포함해서 20명 이상의 선수를 지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사람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동기를 부여하고 때로는 불같이 화를 내어 선수들을 자극하기 하고 때로는 선수를 방출해야 하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 선수시절과는 다르게 타인들에 대한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이 바탕을 이루어야 명지도자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감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술/전략적 이해가 깊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 상대 팀에 따라서 포메이션을 변경할 수 있어야 하고, 선수교체 타이밍으로 상대방 전략에 대응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시즌의 경우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 선수들 간의 궁합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바르셀로나처럼 짧은 패스 연결로 공간을 지배할 수 있고, 이탈리아 빗장 수비로 전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명선수는 뛰어난 개인기, 체력이 기본바탕이지만, 명지도자는 한 시즌 동안 쓸 수 있는 카드를 고려하고, 상대팀에 따라서 전술, 전략을 다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명감독이 되기 위한 조건을 고민해 보았다. 선수로서의 기본기, 타인에 대한 이해, 전술/전략적 이해와 실행, 이렇게 3가지 조건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이는 꼭 축구선수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회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이 된다. 유능한 직원이 모두 유능한 팀장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유능한 팀장이 되기 위해서는 일반 직원으로서 최소한의 능력과 성실함을 있어야 한다. 그리고 팀장이 되면, 팀원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우리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전술/전략적인 이해와 실행이 필요하다.

 

나는 이제 일반직원에서 팀장이 되었는데... 과연 위르겐 클린스만의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위르겐 클롭의 길을 걷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이름이 똑같은 위르겐이지만 각기 다른 클린스만과 클롭의 사례를 보면서 흥미로우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나는 과연 평범한 선수에서 성공한 감독이 될 수 있을까? 위르겐 클롭 감독의 경우를 보면서 축구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다시 한번 고민하고 성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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