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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라운지 Dec 03. 2022

오지라퍼의 슬픔

충고는 듣기에 편하지 않다

직업상 많은 사람들은 만난다. 개인적인 일상이라면 만나지 못했을 그런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새롭고 기발한 취향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자신만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물론 기존에 이미 관련 업종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의류 패션 분야와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일을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싶은 분들도 꽤 많다.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도 있고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또 다른 관심과 취향을 위해 도전을 하려는 사람도 있다.


의류 디자인과 상품개발 관련 컨설팅 업무를 주로 하다 보니 특이하고 기발한 다수의 케이스를 자주 경험했다.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도 있고 제품화하기에 어려운 케이스도 많았다. 물론 시장 상황을 잘 분석해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아이디어도 있다. 대박상품은 아니어도 시장에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제품도 종종 있다. 그런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제품화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내가 신도 아니고 틀리는 경우도 많지만 대략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 될 것 같은 것들은 이상하게도 바로 판단이 가능하다. 듣고 있는 나도 제품을 사용할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사람들 눈은 비슷하다고. 컨설팅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 입에서 보면 나를 참 건방지기도 하고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다.


고객이 의뢰를 하면 그냥 해주면 된다. 그게 컨설팅 의뢰를 받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의 흐름이다. 그리고 다수의 업체, 흔히 의류 생산을 하는 업계에서 ‘프로모션’이라고 부르는 그런 일을 하는 업체는 의뢰받은 대로 일을 하고 계약에 따른 보수를 받으면 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서로 원하는 바를 이루면 되는 것이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의 흐름이다.





그런데 오지랖이 넓어도 너무 넓어서 남이 잘 안 되는 꼴을 못 보는 오지라퍼 컨설턴트가 있다. 남들처럼 고객이 요청하는 대로 해주고 그에 따른 보수를 받으면 될 것을,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 ‘제작을 하면 손해를 볼 것이다’라는 말로 고객의 제작을 반대를 한다. 심지어 고객의 취향대로 제품을 만들면 남들에게 자선 사업을 하듯 선물을 하고도 평생을 입어도 다 못 입을 정도로 제품이 남을 것이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시전을 한다. 그러면서 한 술 더 떠서 당장은 기분 나쁜 이야기를 들어서 기분이 나쁘겠지만 나중에 돈을 아낄 수 있어서 감사할 것이라는 말도 한다.


상담을 하러 온 고객이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해주는 말이 고객의 입장에서는 참 듣기 불편한 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듣기에 불편해도 발생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나쁜 상황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으로 이야기를 계속하는 오지라퍼 컨설턴트. 심지어 처음 상담은 비용도 안 받고 이야기를 해준다. 거래 관계가 없어도 소중한 인연으로 만나서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오랜 시간 고객을 만나서 진심을 다해 컨설팅을 했다. 슬픈 이야기이지만 이런 불편한 이야기를 들은 고객은 뒤돌아서 가면 거의 다시 오지 않더라. 내 이야기를 듣고 제품화를 포기한 사람도 있고 다른 업체를 찾아간 사람도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본인의 확고한 의지로 제품을 만든 경우도 있다. 아쉽지만 성공한 케이스를 본적은 극히 드물다.


처음부터 상담을 위해 방문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크게 바란 것은 아니다. 물론 성공적인 컨설팅 과정을 거쳐서 제품도 만들고 만든 제품이 큰 성과를 낸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계약에 의한 적절한 보수도 보장이 될 것이고 디자인과 제품 생산을 의뢰한 클라이언트도 만족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상담을 했다고 해서 모든 상담건이 모두 실제 진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일부의 상담이 디자인이나 제품 생산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래서 처음 만나서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는 진짜 아무 기대 또는 선입견 없이 상담을 하게 된다. 실제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들을 교환하다 보면 이미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예정에 없던 불편한(?) 사실들을 이야기하는 상황이 발행을 하는 것이다.


상담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일부러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내가 추가하는 컨설팅 방향이 아니다. 관련 정보를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전달을 하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상담 방향이다. 고객이 듣고 싶은 응원과 희망적인 이야기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 주었을 테니까 말이다. 누구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 불편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부터 꾸준하게 같은 톤으로 상담을 진행할 것이다. 고객이 판단하기에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있는 말 없는 말 모두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욕을 먹으면 오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옛말을 떠올리면서..


자 그대들도 누군가가 진심을 다해서 쓴소리를 한다면 당장 기분은 나쁘겠지만 한번 진지하게 생각을 보는 것이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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