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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Feb 20. 2024

책방과 예술

New York New York 15

맨해튼 NoMad 동네에 있는 리졸리 서점(Rizzoli Bookstore)에 갔다. NoMad(North of Madison Square Park) 또는 Madison Square North로 불리는 이 지역은 매디슨스퀘어 노스 역사지구로, 유서 깊은 식당과 호텔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리 주소를 검색하고 갔는데도 서점 앞을 그냥 지나쳐버렸다. 되짚어 와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쇼윈도의 꽃과 드레스 장식은 서점이라기보다 의상실이나 패션 전문가게 같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운데로 뻗은 기다란 복도와 그 끝의 빨간 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복도의 양 옆으로는 각 장르의 책들이 찾기 쉽게 정돈돼 있었다. 빨간 문 안으로 들어가면 행사나 인터뷰를 위해 마련된 장소가 나온다.


높고 고풍스러운 책장과 기둥, 구름이 그려진 벽들 사이에 있으니,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1964년 안젤로 리졸리(Angelo Rizzoli, 1889-1970)는 피프스 애비뉴에 리졸리 서점을 열었다.

1985년 서점은 57번가로 이사했으며, 2014년 건물 임대계약이 끝나 지금의 건물로 옮기게 되었다.

인테리어가 유난히 아름다웠던 57번가의 건물은 안타깝게도 그 후 철거되었다고 한다.


서점에 들를 때마다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아동도서 코너다. 빨간 문이 달린 홀의 맨 안쪽 구석자리여서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주제의 책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진열과 기막히게 귀여운 의자들도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미국 독립서점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는 리졸리 서점에서는 문학, 외국어 서적뿐 아니라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패션, 사진, 요리, 순수미술과 응용미술 분야의 전문서적을 접할 수 있다.


미술 분야의 책들이다. 모딜리아니, 마네와 드가, 에드워드 호퍼, 니콜 아이젠만 등 여러 예술가의 생애와 작품이 담긴 책들을 볼 수 있었다.


현재, 이탈리아의 멀티미디어 회사 아놀도 몬다도리 에디토르가 RCS 미디어그룹으로부터 출판부를 인수함으로써 리졸리 서점을 간접 소유하고 있으며, 리졸리 뉴욕(Rizzoli New York)으로 잘 알려진 리졸리 국제출판사가 리졸리 서점의 모기업이다.


유럽의 잡지와 신문, 콤팩트디스크와 DVD, 다양한 문구용품도 서점을 찾는 사람들에게 컬렉션에의 유혹과 즐거움을 더해준다.


다른 서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유명 브랜드의 패션쇼 런웨이 모습이 실린 책들도 인상적이었다.


문득 영화 <메리 포핀스>에서 아이들과 메리, 버트가 그림 속으로 들어가던 장면이 생각났다. 마치 커다란 입체북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서점 전체가 꿈결 같고 예술적이었다.

바깥은 아직 추웠지만 아트와 사진, 패션 책들을 보다가 화사한 봄이 기다려져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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