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도 없고 인기도 없고 SNS도 없는 대학생이 출간하는 법
글은 한 순간에 뚝딱, 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필자의 출간 소식을 들은 지인들 중에는 종종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 쓰는 데 되게 오래 걸렸네?" "책도 꽤 두껍겠다!"
정말 천만의 말씀이다. 짧은 산문 한 편을 완성하는 데에도 짧으면 일주일, 길면 몇 달이 걸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담은 좋은 책을 쓰는 일은 결단코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글쓰기 루틴'이 필요한 것이다.
글쓰기 루틴이 대체 뭘까?
routine: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
즉, 글쓰기 루틴이란 규칙적으로 글을 쓸 때 우리가 통상적으로 취하는 순서와 방법을 의미한다. 사실 말이 쉽지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계신 예비 작가님들도 글을 규칙적으로 쓰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자기 비하를 일삼진 않으시길 바란다.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이병률 시인의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한다.
<혼자가 혼자에게>, <바다는 잘 있습니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등의 유수한 산문집과 시집을 펴낸 그의 북콘서트에 다녀온 적이 있다. 강연이 끝나고 청중들에게 질문의 기회가 주어졌다.
당시, 출판사와 막 계약을 끝내고 집필을 시작했던 필자는 이병률 시인에게 "어떻게 하면 글을 미루지 않고 규칙적으로 쓸 수 있나요?" 라는 진심 가득한 질문을 던졌다.
그에게서 돌아온 답은 꽤나 놀라웠다.
"저도 힘듭니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유명 작가에게도 규칙적으로 글을 쓰기란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신작을 집필할 때, 일부러 라디오 프로그램에 한 편에 매일 글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라디오는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글을 보내지 않는 것이란 불가능했다. 매일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환경을 강제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이것이 그의 글쓰기 루틴이었던 것이다.
글쓰기 루틴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만의 글쓰기 루틴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글쓰기 루틴이 있어야 글 쓰는 것을 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책을 집필하기 전에는 매일매일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고, 하루종일 글만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할지도 모른다. 필자도 그랬다 !
그러나 글쓰기가 취미가 아니라, 하나의 일과 책임으로 다가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좋은 글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압박감과 조급함에 글쓰기를 한 없이 회피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 글쓰기 루틴이 필요하다. 루틴이 있으면 회피하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단축 시키고 빠르게 노트북 앞에 앉아 타자 두드리기를 시작할 수 있다.
필자의 루틴 두 가지를 간단히 소개하고 글을 줄이도록 하겠다.
휴대폰 메모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필자의 휴대폰 메모장은 용량이 부족할 정도로 꽉꽉 채워져있다. 글감이 될 만한 것들을 짧게 써두기도 하고, 예쁜 문장이 떠오르거나 글에 쓰고 싶은 깨우침이 떠올라도 모조리 적어둔다.
노트북을 열고, 워드나 한글 파일을 연다고 해서 글이 저절로 써지는 것이 아니다. 소재를 찾고 그 소재를 감성적으로 풀어내고, 그 감성 속에서 일종의 깨달음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글이다. 이 까다로운 과정은 한번만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곧 출간 될 필자의 도서 <당신의 어제가 나의 오늘을 만들고>에 실린 모든 글들도 그 시작은 휴대폰 메모장이었다.
최고의 글쓰기 루틴은 독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좋은 루틴은 독서를 하는 것이다. 글을 쓰려면 글을 읽어야 한다. 집필 첫 해에 필자는 1년에 60권 가까이 되는 도서들을 섭렵했다. 출판사 편집장님의 권유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남의 글을 읽는 것이 과연 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될까 싶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글을 쓰는 속도도 빨라졌고, 나만의 문체도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했다. 글을 많이 읽으면 글의 공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이고, 어떤 글이 알맹이가 없는 글인지를 구분하는 능력도 생겨난다. 그러니, 본인은 알맹이 있는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큰 자극제가 된다. 다른 작가가 쓴 좋은 글을 읽으면, 자연스레 나도 좋은 글을 써서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생겨나기 때문에 더이상 글 쓰는 것을 회피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독서 후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면, 미리 작성해두었던 휴대폰 메모장 속 글감들을 바탕으로 글을 그려나가면 된다. 이것이 필자의 글쓰기 루틴이었다. 닥치는 대로 읽자.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절대 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오늘도 세상의 모든 예비 작가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