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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민 Sep 08. 2021

작가님, 가장 마음에 드는 글 하나가 있다면요?

열 손가락 깨물어 더 아픈 손가락, 있다

"작가님, 이번에 쓰신 글들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글 하나만 꼽아주실 수 있으신가요?"


얼마 전에 진행한 작은 인터뷰에서 받은 질문 중에 하나예요.


사전 질문지에서 이 질문을 발견하고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답니다. 곧 출간될 신간, <당신의 어제가 나의 오늘을 만들고> 에는 총 50여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어요. 마음에 쏙 드는 50편을 써내기 위해 꼬박 2년이 걸렸죠. 이 글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글 하나만 꼽아야 한다니!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목차를 찬찬히 살펴보다 보니 금방 몇 편의 글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애착이 가는 글들은 딱 두 종류로 나뉘었어요. '


1) 삽시간에 쉽게 써진 글 
2)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오래 붙잡고 있었던 글


저는 보통 글을 쓸 때, 예쁜 문장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해두었다가 글감이 떠오르면 메모장 속에서 그 문장들을 찾아 함께 엮어서 쓰곤 했어요. 그래서 제대로 된 글 한 편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죠. 한참 전에 써두었던 문장을 1년이 지나서야 꺼내 쓸 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종종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신선한 소재에 신선한 문장, 예쁜 글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글들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는 편이에요. 효자글이라고나 할까요!  


이번 <당신의 어제가 나의 오늘을 만들고> 속에서는 1장(사랑시점1)에 수록된 글들 중에 효자글들이 많았어요. 그중에서도 한 편을 꼽으라면 <너에게>라는 글이 가장 기억에 남고, 애착이 느껴지는 글이에요. 앉은자리에서 5분 만에 쓰고, 출판사에서도 바로 컨펌이 났던 글이거든요. 그 속에 담긴 표현이나 분위기가 제 마음에 쏙 들기도 했구요. 

반면에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오래 붙잡고 있었던 글들은 2장(사랑시점2)에 수록된 글들이 많았어요. 이번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던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 파란 대문집 남자>가 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특정 목적이라 함은, '엄마께 꼭 보여드리고 싶다'라는 모종의 목적이 있었죠. 꽤 오래전에 돌아가신 제 외할아버지에 관한 글이에요. 


항상 웃는 모습만 보이던 엄마의 무너짐을 처음으로 보았을 때가, 외할아버지께서 세상과 작별하시던 날이었어요. 어렸던 제게 꽤나 큰 충격과 슬픔으로 남아있는 장면이에요.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엄마도 엄마가 아닌, 누군가의 소중한 막내딸이었던 시절이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해요. 세게 쥐면 터질까, 바람이 불면 날아갈까 애지중지 키워낸 막내딸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이 되기까지 얼마나 큰 아픔이 숨겨져 있었을까요. 


분명, 엄마도 종종 다시 막내딸이기만 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을 거예요. 그 순간마다 이 책의 이 글을 꺼내 읽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오래 붙잡고 있던 글이랍니다. 돌아갈 순 없지만,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진 않았으면 하는 순간을 카메라처럼 찍어 담아낸 글이에요. 


글이라는 건 단지 작가가 쓰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글이 독자에게 가닿았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전 누군가의 소중한 감정을 누군가의 소중한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는 작가로 남고 싶어요. 제게 특별한 애착을 남겨준 이 글들이 여러분께도 소소하지만 기분 좋은 바람을 불러오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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