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일들을 겪게 됩니다. 그런 여러 일중에는 좋은 이야기도 많지만 공인중개사로서 잘못하지 않아도 그냥 책임 질 수밖에 없는일들도 많이 있답니다.
오늘은 그 중 두가지 이야기가 머리속에 맴도네요.
이야기 중 첫 번째는 전세 계약했던 임차인 이야기입니다. 10년 전쯤입니다. 계약 때는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여동생이 오빠의 전세보증금을 빌려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빠인 임차인은 기한 만료 전에 살던 집을 직거래 사이트에 광고해서 새로운 전차인을 구해 전대차 계약을 하고 임차인은 전차인의 보증금을 가지고 사라진 사건이었습니다. 동생은 다급한 나머지 저희 사무소에 와서 하소연했습니다.
임차인의 보증금이 임차인의 동생의 자금이었다는 것을 안 순간 ‘가족 간에도 몹쓸 악연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착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벌써 일이 벌어진 후의 일이라서 도울 수도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전대차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 기간 안에 전차인(전대차로 계약하려는 새로운 임차인)에게 재임대를 주는 형식인데 임대인에게 허락을 받고 계약을 해야 안전합니다.
임대인의 허락이 없이 전대차 계약할 경우 임대인이 이사를 요구할 때 대항하지 못하고 이사해야 합니다. 직거래도 알고 계약해야 문제가 없습니다. 중개보수가 없는 큰 이점 때문에 선호하지만, 경험 없는 당사자가 직거래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직거래할 때 최소한 등기부 등본이라도 확인하고, 계약자가 소유자가 맞는지 잘 알아보고 보증금은 등기부 명의자 계좌로 송금해야 합니다!
두 번째 겪은 일은 임차인이 없는 집에 손님과 임장을 갔었는데, 며칠 후 임차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집을 볼 때 임차 손님이 물건을 깨뜨렸다고 강하게 항의해서 저는 어쩔 수 없이 배상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내부를 찍어 놓았던 사진이 생각나서 사진을 확인해 보니 물건은 원래 깨져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임차인은 집을 보러 온 손님에게 덮어씌워 변상하라 했던 것이었습니다. 책임은 공인중개사에 있다면서 며칠간 저를 협박했던 이 황당한 사건은 제가 임차인에게 사진을 보이자 바로 없던 일이 되었지만, 며칠 동안 억울했고 임차인의 이해할 수 없는 악의적인 행동에 저는 화를 삯이는 시간이 필요했답니다.
대부분 뉴스에는 부동산업자의 안 좋은 이미지가 많이 부각되곤 하죠. 물론 잘못하면 안 될 일이죠. 그러나 중개업자 일부의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인 양 생각하게 하는 언론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세상이 자신보다 허술해 보이는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기보다 오히려 우습게 보고 이용하고 그 안에서 이득을 취하려 한다고 생각하니 슬퍼집니다. 그런 나쁜 방법을 통해서 한두 번 이익을 얻은 적이 있는 사람이 계속해서 같은 반복을 하지 않을까? 또한, 순진한 누군가는 당하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계속 의심하고 당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예방차원의 자료를 만들어놓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저 자신을 마주할 때 또한 슬퍼집니다. 인성 좋은 사람만 집을 얻는 것도 아니고 ….
이것은 어쩌면 개업 공인중개사의 숙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중개를 통해 계약한 손님에게 ‘좋은 일만 생기길 기원해주자.’고 다짐했습니다. 실제로 이삿날이 되면 손님에게 '이사한 곳에서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랍니다'는 문자를 보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가 있길 바라면서요. 그러면 손님도 감사하다고 답장이 옵니다. 아주 작지만 저의 이런 행동이 좀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에 마중물이 되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