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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의 마루 Aug 09. 2022

초보라면 공동중개 많이 하자

공동중개로 맺은 소중한 인연

초보라면 공동중개 많이 하자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개소하고 먼저 한 일은 사무실 주변 중개사무소에 인사 다니기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사무실을 열었으니 당연히 선배님들께 인사부터 다녀야겠다고 생각했고 인사 다니는 일에 별 부담은 없었습니다. 

간혹 중개사무소 대표님 인상이 무섭거나 사무실 분위기가 별로인 곳을 제외하고는 두루 다녔던 것 같습니다. 구도심에 단독주택 재건축으로 군데군데 아파트가 있었지만 대체로 다가구용 단독주택도 많았고 건물주들 연세도 많았습니다.


그런 곳의 공인중개사 대표님들도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인사를 하러 방문 다녔던 중개업소에서 들었던 첫마디는 왜 여기로 왔냐?, 아파트 지역이 편할 텐데 하시며 걱정하는 말씀이었습니다. 당시 대답은 안 했지만 저는 여러 종류의 중개를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보다 고민이 있긴 했습니다. 임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쉬운데, 그다음 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타 부동산에서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한 마음에 의도적으로 공동중개로 진행했습니다. 


공동중개 계약을 할 때는 보통 물건지 중개사무소에서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당연히 계약을 진행하게 되면 물건지 부동산에서 계약하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물건지 부동산에서는 특약사항을 어떻게 작성하는지, 손님에게는 어떻게 설명하는지 어깨너머 배우는 일이 많았습니다.


공동중개 계약을 통해 주변 지역 중개업소에 저라는 초보 공인중개사를 알리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단독 중개 시에 혹시 모르는 실수를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실보다는 득이 더 클 것으로 보았습니다.


초기에 공동중개를 자주 했던 중개업소 대표님은 제 전화를 반갑게 받아주셨고 주변에 물건을 많이 관리하는 부동산을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알게 된 부부가 운영하시는 OO 부동산과의 인연도 시작되었습니다. 사당동에서 연세가 많은 분 중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계신 몇 안 되는 분이셨습니다. 


참고로 1985년 1회 공인중개사 시험이 생기기 전부터 중개업을 하셨던 분에게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어도 공인중개인으로 중개업을 인정해 주는 제도가 있었고 사당동에도 그러한 중개인사무소가 종종 있었습니다. 


OO 중개사무소는 사모님이 중개보조원으로서 임장을 주로 하셨는데 연세가 많으시지만, 열정적으로 일하는 분이었습니다. 제가 물건을 찾기 위해 전화하면 업무 경력이 있어서인지 손님이 원하는 집을 바로 찾아 보여주셨습니다. 


우연히 첫 거래가 성사되자, 자연스럽게 손님이 있을 때 다른 곳보다 먼저 연락하게 되었고, 이는 곧 계약으로 연결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그냥 우연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반복된 우연은 사모님이 오랫동안 쌓아온 노력의 결과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개하다 보면 나와 코드가 맞는 중개업소가 생겨도 거래는 잘 안 되는 곳이 있습니다. 반면 평소 친하지는 않지만, 손님만 모시고 가면 신기하게 계약이 잘 되는 중개업소도 있습니다.


하지만 OO 부동산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친하기도 했지만 일도 잘되었습니다. 다른 부동산에서는 집만 보여주고 연락 달라고 하고 헤어지지만, OO 부동산은 다른 부동산 손님일지라도 진실한 마음으로 설명해주고 특유의 정감이 있는 억양으로 설득하면 손님이 계약하고 싶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바빠서 손님만 부탁드릴 일이 생겨도 손님이 불편하지 않게 집을 보여주고 손님이 집을 본 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결과도 알려 주었습니다. 그렇게 진실한 마음으로 대해 주니, 손님이 방문하면 제일 먼저 연락하는 부동산이 되었습니다. 


인정 많은 사당동에서 중개업을 시작한 것은 잘한 일이었습니다. 성격상 경쟁이 너무 치열한 아파트가 많은 곳이나 빌딩, 공장, 토지 같은 규모가 너무 큰 곳에서 처음 중개업을 시작했다면 아마도 계약 한 건 못하고 문을 닫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이 많고 재래시장이 있어서인지 따스한 느낌도 있으면서, 조금만 지나면 대규모 아파트가 공존하는 곳이라 주택(원룸, 빌라, 아파트) 상가, 사무실, 종교시설까지 두루 접해 볼 기회가 많아 여러 종류의 계약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들던 동작구를 떠나 서초구로 와서 한동안 마음이 허전했습니다. 그 마음은 OO 부동산 사모님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사무실을 옮기고 나서 얼마 동안 제게 전화하시면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여기 같이 있었으면 나랑 계약 많이 했을 텐데……."


이 글을 쓰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서 얼마 전 그분들을 뵈러 OO 부동산을 다녀왔습니다, 반갑게 맞이해 주시면서 커피믹스를 타 주시는 사모님이 여전히 정겹고, 두 분이 다정하게 부동산을 지키고 계신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꼈습니다. 사당동에서 보낸 5년은 저에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중개업에 처음 도전하는 공인중개사라면 용기 있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의 소모임 만들어보세요. 그 안에서 여러분의 진정한 멘토가 만날 지도 모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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