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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의 마루 Aug 17. 2022

정말 중개업이 정년이 없는 직업일까

정년없는 중개업을 위하여

   

“공인중개사는 정년이 없는 직업이라 좋겠어요?”

저희 사무소 근처에 사는 지인이 제게 했던 말입니다. 물론 형식적으로 정년은 없습니다. 그래서 중개업에 늦은 나이에 도전하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힘들게 자격증을 취득하고는 적성에 안 맞는다며 빨리 포기합니다.


중개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공기업 임원이었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1년 남짓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다가 생각보다 손님의 비유 맞추기가 너무 힘들다며 폐업하셨습니다. 그 대표님을 보면서 ‘조금만 더 참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개업은 공인중개사의 금전적 이득보다 손님의 이득이 먼저인 직업인 것 같습니다. 손님에게 알맞은 부동산을 찾아내어 손님의 선택을 받으면, 부동산 권리분석 후 문제없이 중개한 결과로 발생하는 중개보수가 공인중개사의 수입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오랫동안 중개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상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긴 하지만 실제 현장을 모르고 있다면 실수가 생기기 쉬우니 브리핑 전에 기본적으로 물건 임장을 권합니다. 그리고, 계약 전 공적 장부 확인은 필수입니다.     


둘째 평소 체력관리를 해야 합니다.

여러 곳을 다니려면 체력도 좋아야 하겠지요. 거리가 먼 현장을 나갈 때 장거리 운전을 하거나, 한여름에 여러 집을 보러 임장을 다니면 쉽게 지치기도 합니다. 그때그때 다르지만, 최소한 같이 임장하는 손님보다는 체력이 좋아야 합니다.


셋째 사회변화에 민감해야 합니다.

때마다 바뀌는 부동산 관련 세법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시사·경제적 등 지식공부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뭐 저도 다 하지 못하긴 합니다. 그래도 주변 변화에 관심은 가져야 합니다.      


넷째 서비스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역지사지를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잔금일 문제가 생기면 내가 손님의 상황에 부닥쳤다고 생각하면 손님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서비스 정신도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면 더욱 잘 생기는 것 같습니다.       


다섯째 자신만의 특별함을 만들어야 합니다.

중개경험이 쌓이면 단골 고객층도 형성되며 부동산에 대한 안목도 점차 넓고 깊어 집니다. 처음에는 분야를 가리기보다는 어렵지 않은 특히 원. 투룸이나 빌라, 아파트의 임대차 관련 중개를 하게 됩니다. 왜냐면 초보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하기에 권리분석이 쉽고, 무리 없이 진행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중개사의 적성에 맞고 자신 있는 분야를 발견하게 됩니다. 즉, 주력 분야를 찾아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쌓이면 자신만의 특별함이 될 것입니다.      


잠시 제 얘기를 하자면 처음 개업했던 사무실에서 어느 정도 시간과 경력이 쌓이자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신축용 토지 중개였습니다. 바라던 매매계약을 시작하자 실제로 신축용 토지 위주의 중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좋아하는 분야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신축용 토지를 찾으러 다니거나, 명함작업을 하거나 중개업소 대표님을 찾아 공동중개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힘들게 찾아낸 토지를 중개하려고 브리핑하면 설계가 안 나와서 못한다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설계가 잘 나오는 좋은 토지를 선호하는 건축업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어떻게 하면 수익률 좋은 설계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저는 한동안 퇴근 후 건축사분께 기본 설계 수업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무엇보다 저 자신의 브리핑에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은 상가나 사무실 위주의 중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분도 있습니다. 또, 어떤 분은 아파트에서, 다른 분은 역세권에서 원룸, 투룸 위주로만 영업해서 수익을 잘 내는 분도 있습니다. 또한, 지역 특성에 따라 오피스텔 전문 중개하는 곳이나 공장, 지식산업센터, 토지, 빌딩 등 주력 분야를 정해서 중개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부동산의 중개업 분야는 넓습니다.


예전에 강남역 근처에 저녁 모임이 있을 때 독특한 형태의 중개사무소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지역 특성상 주로 밤 근무가 많은 분을 위해 상점들이 번화한 건물에서 24시간 영업한다는 네온사인이 있는 중개업소였습니다. 중개업소 창에 설치된 네온사인을 보고 처음엔 술집 느낌이 들어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이 중개업소도 상가나 단기임대차 위주 손님으로 중개가 특화된 곳이구나!’ 하고 생각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며칠 전 같은 자리에서 15년 동안 중개업을 하신 대표님이 중개업소 단톡방에 폐업 인사를 하고 바로 퇴장하셨는데,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인품도 좋으시고, 부동산 지식이 많은 분이라 배울 점이 많은 분이셨는데 아쉬웠습니다.


형식적인 정년이 없는 중개업이 아닌 실질적 정년이 없는 공인중개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다짐합니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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