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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의 마루 Jul 19. 2022

임장을 여행처럼 한다면

임장의 중요성

공인중개사의 업무 중 중요한 것은 현장을 손님에게 안내하는 임장 활동입니다. 현장을 원활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인중개사의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며칠 전 잘 아는 공인중개사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 임장을 해야 하는데 본인이 시간이 안 되어 제게 임장을 부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흔쾌히 대신 임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양타 손님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며칠 후 임장 당일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그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손님 측 부동산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냥 손님 측에서 보도록 하지 뭐 나에게까지 연락했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당연히 물건지 부동산에서 현장을 안내해야 옳은 것인데, 제가 손님 측 부동산에 부탁하는 것은 결례죠.”라며 제게 정중하게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손님 측 부동산을 못 믿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에 방점을 두었는데, 그 부동산은 물건지 부동산으로서의 책임을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소하지만 임장의 중요성을 되새김질해준 사건이었습니다.


손님이 사무소에 찾아오면 임장 전에 위치를 설명하고 지도서비스를 이용해 건물 외관을 보여드리고, 미리 촬영해 두었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것만으로 계약까지 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것은 임장을 할 것인지 아닌지 선택하는 과정일 뿐 계약임장 후 선택해야 하는 일입니다. 언젠가 더 좋은 기술의 발달로 임장이 필요 없어질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임장 활동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공인중개사가 현장에 나오기 전에 할 일은 무엇일까요? 물건에 대한 정보는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세입자나 매도자에게 연락해서 임장 시간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손님의 임장 가능 시간을 확인하고 임장 갈 곳에 사는 분에게 연락합니다.

집은 주로 낮에 보아야 집의 상태를 파악하거나 방향이나 일조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낮에는 일하는 분이 많은 편이라 쉽게 낮에 집을 보기 힘듭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 예약을 하고 보거나 주말을 이용해서 집을 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간을 확정하려면 여러 번의 조율과정이 필요합니다. 한 번에 원하는 시간에 맞춰 임장이 가능하다면 정말 운이 좋은 편입니다. 따라서 힘들게 약속한 임장 시간을 자주 변경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것은 여러 사람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변경해야 한다면 최소 하루 전에는 미리 변동사항을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임장 시에는 준비물이 있으면 좋습니다. 계획적인 임장을 하는 손님은 줄자와 필기도구를 준비해서 가구 크기로 고민하는 부분을 바로 해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가 미리 준비해 필요할 때 측정을 해드린다면 손님에게 편한 임장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사용합니다. 실내 측정 시에는 쉽게 사용할 수 있고, 혼자서도 측정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임장 활동이 중요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임장을 한다는 것은 내부만 보는 일이 아니라 실제 주변을 파악하는 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임장 시에는 물건의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초등학생 학부모가 집을 구하는 상황을 가정해 임장 시 고려할 사항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학부모에게는 아이의 안전이 우선입니다. 따라서 등하교가 편한 곳을 선호합니다. 일단 통학 길에는 길을 건너는 일이 없으면 좋고, 골목도 외지지 않은 최소 너비 6m 도로를 선호합니다. 아이가 위험하면 안 되니까요. 그리고 유흥업소도 없고, 상업 시설이 없는 곳을 선호합니다. 교육상 비선호 시설이 있어서도 안 됩니다. 주변에 산책할 만한 곳이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입지적 조건이 맞는다면 그 다음 집에 관한 조건도 맞아야 합니다. 3인 이상 거주 시는 내부 인테리어가 신축급이면서 전용 60㎡(18평) 이상의 거실 공간이 나오는 구조를 선호합니다. 활동량이 많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있다면 층간 소음에도 민감하므로 1층을 원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주차여건도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요즘은 차량 크기가 커서 일렬식 주차를 선호합니다. 이렇게 임장 할 때 고려할 사항이 많은데 직접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더 많습니다.

광고에서 보는 내부 사진으로 어느 정도 실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정확한 구조나 주변 도로여건이나 주변의 소음이나 상권까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임장은 매수 결정 전에 더욱 필요합니다. 임장에 임하는 것으로 생각지 못한 문제점 파악이나, 고려할 사항의 의문점을 풀수 있습니다.


한편 중개사의 입장에서 임장만 하고 계약의 성과가 없는 경우는 문제가 됩니다. 간혹 손님이 집을 보기만 하고 결정은 안 하는 경우 해당 물건지에 사는 분께 죄송한 마음에 임장을 갈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됩니다.

특히 임장에 비협조적이거나, 힘들게  시간을 만들었지만 성과가 없어서  다시 방문해야 할 경우 전화할 때마다 공인중개사 말에 힘이 없어집니다.


솔직히 임장에서 계약을 가장 원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임장 시 그 자리에 있는 공인중개사일 것입니다. 손님이 물건이 마음에 들어 계약을 원한다면, 다음 임장을 기약하지 않아도 되고, 바로 계약을 진행하면 되니, 한결 마음이 가벼울 것입니다.

월급과 같은 수익이 발생 되는 계약을 중개업 종사자 중 원치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집을 자주 보는 것도 계약하기 전까지입니다. 내 집을 보여주는 입장에서 원치 않는 시간에 집을 보여주는 일기분좋은  일은 아닙니다. 개인 시간을 방해받고 모르는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이 요즘 같은 전염병이 범유행(pandemic) 시기에는 더욱 못마땅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보여 줄 것이라면 기분 좋게 집을 둘러 볼 시간을 주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면 손님도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집을 둘러 보고 천천히 선택을 고민할 마음도 생기지 않을까요? 가끔이지만 사는 분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확인 못하고 오는 손님도 있습니다. 조금만 입장을 바꿔생각해 보면 내가 사는 그곳이 계약되고 나면, 나도 곧 다른 사람이 사는 곳을 보러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  역지사지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답니다. 




임장을 ‘TOUR’(여행, 순방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멀리 지방을 갈 때 더 많이 사용합니다만, 차를 타고 이곳과 저곳 구경하니 ‘TOUR’가 맞는 듯합니다. 오늘도 손님과 즐거운 ‘임장 TOUR’가 생기길 바라며 이야기를 마칩니다.

   
 

임장 : 임장(臨場)은 현장에 임한다. (나오다) 는 뜻이다. 부동산을 사려고 할때 직접 해당 지역에 가서 탐방 하는것을 말하며, 발품판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출처 나무위키)

양타 : 한 중개업소에서 매도(또는 임대인),매수(또는 임차인) 모두 중개계약 완료 후  양쪽의 중개보수를 모두 받는 것(본인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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