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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의 마루 Sep 06. 2022

손님이 공인중개사를 공부하게 만든다

손님의 의뢰는 정보가 된다


“OO 지역 아파트 계약을 했는데 아들이 반대해서요. 해약해야 할지 말지 고민 중인데, 그 지역을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낯선 지역분석을 의뢰하신 손님 때문에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질문이 광범위하고 제가 잘 모르는 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속으로는 ‘내가 이런 부분까지 답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바꾸어 “청약하신 지역이 어느 곳인가요?” 하고 묻자마자, 손님은 지역 분양 전단을 다급한 듯 책상 앞에 내밀었습니다. 아마도 작정하고 오신 모양이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을 들여 검색하고 나름대로 공부해서 제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손님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번째 방문했을 때 그 손님은 제게 롤케이크를 사서 오신 기억이 납니다.


많은 분이 공인중개사는 전국 어느 지역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지방의 OO면은 어떤 것 같냐?’, ‘앞으로 부동산의 미래가 어떨 것 같냐?’, ‘값이 오를 것 같냐?’ 등의 단답형으로 대답하기 힘든 질문입니다.


 저는 죄송하지만 솔직하게 대답합니다. “제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주식처럼 신만이 그 해답을 알고 있는 것 같네요.” 대답이 다소 성의 없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설픈 대답은 손님의 판단을 더욱 흐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간략한 내용이라면 모를까 새로운 지역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도 예측이 정확하다고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손님중 때로는 자신이 잘 매수했다는 확인을 받고 싶은 마음에 질문하는 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부동산 물건을 계약하고 와서 공인중개사에게 질문합니다, “OO 지역 어떤가요?”

 내심 잘 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손님에게는 눈치 있게 잘했다고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모님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그 지역은 투자가치 있는 곳이에요!” 같은 칭찬의 말입니다. 혹여나 손님에게 너무 재단하듯이 따지며 분석하다보면  오히려 손님은 위안받으려 한 말에 기분이 상해 중개사무소에 발길을 끊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손님의 투자지역이 말려야 할 정도로 나쁜 투자가 아니라면  어차피 벌어진 일에  마음 상하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중개를 하게 되면 공인중개사무소가 위치한 지역은 손바닥 보듯 잘 압니다. 당연히 그 지역분석은 빠르게 할 수 있지만, 공인중개사가 잘 모르는 지역은 새롭게 공부해야 합니다. 이렇게 공인중개사가 모르는 지역을 궁금해하는 손님이 있을 때 공인중개사는 새로운 지역을 파악할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공인중개사는 특정 지역에 대해 문의하는 손님뿐만 아니라 상가 신규 창업문의 손님에게도 감사해야 합니다. 이분들이 변화하는 시장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공인중개사가 중개해야 할 업종도 따라서 변하게 마련입니다. 이분들이 원하는 상가의 위치나 직종이 상가부동산이 어느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게 해 줍니다.


 지금처럼 배달업이 성행하기 전부터 위치 관계없이 월 임대료가 적은 상가를 찾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손님들이 지나고 보니 배달대행업체였습니다. 이제는 성업하는 업종이 되었죠. 그 이전에는 인형 뽑기 점포를 구했지만 대부분 사라졌고, 요즘은 무인 아이스크림 상점, 무인 24시 카페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처럼 작은 변화에서도 상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오피스텔을 소유한 손님이 말씀하시길 예전에는 임차인이 전용이 작은 소형을 선호했는데, 지금은 전용이 넓은 오피스텔을 선호해서 자신이 가진 오피스텔의 매매금액이 올랐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 근무 형태가 많아져서 주거용과 사무용으로 분리된 공간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죠.


이렇게 손님에게 얻는 정보는 다양합니다. 그러니  손님에게 의뢰받은 지역을 분석할 때는 보물찾기하듯 숨겨진 좋은 의도를 찾아내면서 검토한다면 일이 즐겁지 않을까요?

일단 정보를 검색할 때는 인터넷 검색(국토부 자료, 블로그, 카페, 뉴스 등)을 통해서 되도록 많은 정보를 수집합니다.


 그 다음은 공적 장부(등기부, 지적도,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등)를 열람해서 현장에 나가기 전에 부족한 내용을 보충합니다. 마지막으로 임장을 합니다.


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은 인터넷 지도와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확인작업을 꼭 거쳐야 합니다. 임장 지역 주변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현장에만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특히 토지를 매매할 때는 현장을 잘 확인해야 합니다.


토지는 아파트와 달리 환금성이 낮고 용도지구와 개발계획 진행 상황에 따라 매매금액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토지를 매물로 의뢰받았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중년 남자분이 화성시의 상속받은 토지를 매도하러 사무실에 방문했습니다. 그 당시 화성시는 개발 호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님이 소유한 토지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손님은 흥분된 목소리로 ‘호텔을 지을 만큼 좋은 땅’이라며 사무실이 떠나가게 큰 목청으로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방배동 대로변 토지보다 높은 평당가로 매도금액으로 의뢰했습니다.


저는 얼마나 좋은 토지인지 호기심이 발동해서 주말에 임장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손님의 얘기와는 너무 다른 입지여서 크게 실망하고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만일 제가 손님의 말만 믿고 확인하지 않은 채 다른 손님에게 브리핑했다면 어땠을지 아찔합니다. 난감한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임장 드라이브를 떠날 것을 권합니다.

여행하는 마음으로 다니면서 새로운 지역에 대한 정보도 얻고, 알아본 지역이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다른 손님에게도 브리핑할 수 있으니 득이 되는 일이랍니다.

의도가 좋든 나쁘든 손님들의 의뢰는 공인중개사에게 소중한 정보이자 공부 거리입니다.


“손님이 우리를 공부하게 만들어! ” 개업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학원 동기생이 했던 말이 오늘따라 유난히 귓가에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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