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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의 마루 Mar 15. 2024

동백나무의 선택과 집중

나에게 하는 말

  

저의 사무실엔 5년째 키우는 동백나무가 있습니다.

처음 사무실에 들여왔을 땐 나뭇잎도 무성하고 튼튼해 보여 새해가 시작될 즈음에는 예쁜 동백꽃이 만발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겨울이 끝나갈 즈음 동백은 꽃봉오리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꽃봉오리의 상태를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할 만큼 꽃이 피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몇 해 동안 기대와는 달리 동백꽃은 활짝 피기 전에 떨어지고 다시 꽃이 피기 전 떨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왜 같은 결과를 반복하는 걸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정성 없이 그저 결과만을 기대한 것이 잘못은 아닐까.’였습니다.


다음 해에는 반드시 활짝 핀 꽃을 보겠다는 결심으로 작년 여름 모질게 가지치기를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날씨 상황에 맞게 물의 양을 조절해서 주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늦가을 많은 꽃봉오리가 가지 사이에 빼곡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되고 건조해지면서 뭔가 ‘툭’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리는 꽃봉오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였습니다.

떨어진 수를 헤아려보니 대충 세어봐도 수십 개는 넘었습니다. 처음엔 속상했습니다.

하지만, 떨어진 봉오리는 대부분 크지 못하고, 봉오리 모양이 온전치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동백나무는 스스로 꽃을 피우기 어려운 봉오리를 떨어뜨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동안 사무실에는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고 10송이가량의 봉오리가 남자, 더는 떨어지지 않고 꽃송이가 점점 커지며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꽃을 보며 성취감을 느꼈다고 하면 과장이 심한 걸까요? 하여튼 뿌듯함이 느껴지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요즘 꽃을 활짝 피운 동백나무를 보며, 평소 제가 외치던 말이 선택과 집중이었는데, 실제로 동백나무처럼 ‘선택한 결정에 치열하게 집중하며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선택에 신중하지 못해 선택한 후에도 옳은 선택이었는지 고민하며, 일이 마무리되어도 공허함을 느끼는 자신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좋은 기회가 왔음에도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며, 도망칠 준비를 하는 나 자신에게 내가 외쳤던 선택과 집중은 말뿐이었음을 슬프게도 인정해야 했습니다.

치열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로 남고, 그로 인해 집중하지 못하는 삶을 무한 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인식하는 요즘입니다.     



제가 몸담은 중개업 시장은 다른 사람들과의 싸움이 아닌 자신과 싸움인 시장입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치열하게 집중해야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집중할수록 일에서 배우는 것이 많기도 하죠.

많은 개업공인중개사가 계약만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계약은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계약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나, 계약 후 일어나는 사후 문제도 모두 중개의 일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오류가 없을 정도의 완전함을 갖춘 중개사라면 진정한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제대로 된 자부심을 느끼기 위해 미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그리고, 오늘 동백에게 깨달은 지혜를 실천하는 삶을 위해 다시 다짐해봅니다.

제대로 선택하고 제대로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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