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나 보자
매일 새벽잠을 쫓아내며 전화를 했다. 쫓아낸 적 없어도 스스로 달아났다. 그때 나누는 얘기는 묘한 설렘이 가득했다. 친구와 연인 사이를 넘나드는 묘한 긴장감과 시그널은 그 시간에만 허락된다. 무엇이라 정의되지 않은 사이에서 오가는 플러팅 멘트들은 온몸으로 흡수되어 자극이 퍼져나갔다. 잠은 부족했어도, 그때 나눈 에너지와 자극이 다음 날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새벽 4시까지 이어진 전화. 잠깐 동안의 정적을 깨는 그의 한 마디.
“내가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 있어?”
이미 내 마음은 정해진 상태였음에도 장난스런 말투로 ’ 고민해 보겠다 ‘며 전화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도 어김없이 우리의 전화는 계속되었다. 이제는 확답을 주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