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얘길 꼭 스테이크 썰고 있을 때 해야겠어?
우리는 자주 만나지 못하는 편이었다. 각자를 둘러싼 상황으로 인해 보고파 애달픈 마음조차 사랑이라며 감싸 안고 시작한 연애였다. 애초에 알고 시작했으니 괜찮을 거라, 나 역시 내 할 일을 하며 바삐 사는 사람이니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다.
한 달 만에 그와 만난 어느 날이었다. 오랜만에 서로 일정을 맞추고 볼 수 있는 며칠이 주어졌다. 일과를 마치고 고생한 그와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 싶었다. 곧장 아웃백으로 향했다. 둘 다 자주 와 보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이것저것 선택 사항이 많았던 터라 주문 하나 하는 것만도 쉽지 않았다. 어찌저찌 주문을 마치니 온갖 맛난 것들이 우리 사이에 놓인 테이블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각자의 근황을 나누었다. 최대한 이런 자리가 자연스러운 척, 부담스럽지 않은 체하며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식전빵으로 허기를 다 채우기 전, 스테이크가 테이블 한가운데 놓여졌다. 그는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그러는 도중 그가 무심하게 뱉은 한 마디가 우리의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
“나 이번 주는 계속 친구들 만나. “
한 달을 기다린 내 마음이, 그를 반기던 내 모습이, 그와 함께 하기 위해 세워 놓은 계획들이 고작 그의 한 마디로 인해 몹시 민망해졌다. 잘린 스테이크를 포크로 찍어 그에게 주려던 내 손 역시 갈 곳을 잃었다. 이미 웃고 있던 내 눈과 입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 하나 민망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를 위해 크게 한 턱 내겠다며 평소 가지도 않던 아웃백에서 이런 얘기를 들어야 한다니.. 그에게서 나는 과연 어떤 위치에 있는 것인가.. 고민이 시작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