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내 기대가 컸던 탓일까,
나는 고작 그 정도도 기대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던 걸까.
연애는 우리 둘만의 이야기,
둘이서 만들어가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럼에도 주변 시선과 상황을 의식하지 않기란,
배제하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SNS를 들여다보는 일을 줄이자고 결심했다.
그 속에서 애인과 매일 만나 웃고 있는 지인들의 모습,
아플 때 죽과 약을 사다 주는 애인 덕에 행복하다는 일상,
정성이 가득 담긴 듯한 선물과 손편지를 받은 사진,
그 모든 것들이 나를 괴롭게 했다.
K에게 내색 한 번 한 적 없지만 솔직히 조금
아니, 많이 부러웠다.
나는 자꾸 바라기만 하는 못난 애인이구나.
바랄수록 내 마음만 타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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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버리자.“
우리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기대를 버리면 적어도 실망은 않게 되겠지.
우리를 둘러싼 이들의 그 어떤 말도 듣지 않기로 했다.
그래야만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대를 버리고 만남을 이어가니
크게 실망할 일이 없었다.
나와 관련된 일을 기억하지 못할 때도,
아프다는 말에 괜찮냐 묻는 몇 마디가 전부였어도,
그렇게 내가 K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게 선명히
느껴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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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망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체념 비슷한 무언가의 감정으로
만남을 이어갔던 것 같다.
과연 이 감정도 사랑의 일부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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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냥 그런 사람이구나..”
체념에 가까운 감정이 너를 향해 더욱 크게 자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