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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daum Feb 23. 2022

첫째,

18살 첫째 딸아이,

지난 금요일  제과 시험을 보러 갔다.

생애 처음 보는 필기시험에 혹여 시험장에 늦진 않을까,

가는 길 춥진 않을까, 행여 떨어져 나오는 길 혼자 속상할까

혹시 합격해 그 기쁜 마음 바로 전달하고 싶진 않을까,  싶어 들여보내고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시험이라곤 학교 시험이 전부였던 아이를 , 일찍이  본인의 진로를 정하고 스스로 필기시험 접수를 하고 공부해서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기특했다.


중학교 3학년 무렵 무엇에 자극받았는지 갑자기 베이킹을 하겠다며 오븐을 사달라고 하는 아이였다.

좀처럼   무언가를 사달라 요청하지 않는 아이여서 놀랐고 나는 두말없이 믿고 지원해주었다.


매사에 신중한 소비를 하는 편인 첫째 딸아이는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는 온라인의 고수들을 스승 삼아  베이킹에 필요한 재료부터 도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중학교 3학년부터 우리 집에선  달달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하루 걸러 풍기기 시작했다.

제법 맛과 모양을 뽑아낸다

유튜브로 배우고 베이킹 책을 통해 배우고 딸아이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빵과 쿠키를 구워내었다.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2년 동안 참 많은 빵을 먹어보게 되었다.


스스로 터득한 실력은 나날이 성장하였고 이제 필요한 것은 앞으로의 창업을 위해 필요한 증명서였다.


학원을 가지 않고, 자격증 없이  혼자 실기 실력을 쌓았다고 세상이 인정해주지는  않으니  반듯이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첫째 아이는 시험장에 들어가고 한 시간  후,

저 멀리서 터벅터벅 걸어온다.

차 문이 열리고 털썩! 의자에 앉는다.


슬쩍 분위기를 보고 물어보았다

"어떻게 됐어? 떨어졌어? 붙었어?"

"당연히 떨어졌지.  며칠 공부했다고 붙겠어?"


나는 가만히 딸의 눈을 바라본다.


"에이~  너 붙었지?"

입꼬리가 스윽~  올라가는 딸아이.

"으흐흐흐 엄마! 붙었어! 대박이지! 으하하하

60점만 받으면 되는데 75점도 넘었어! "


첫 번째 시험이니 문제 유형이나 알아보자~  생각에 접수한 것이 덜컥 붙은 것이다.


대견하고 기특하다.


누가 보면 사법고시 합격한 것처럼 유난 떤다고 하겠지만!

태어나 스스로  본인의 진로를 결정하고 독학하면서 국가자격증을 1차 필기 땄다는 것만으로 자랑스럽다.


HYUN__BAKING

1차 제과 필기에 이어서 이제 제빵 필기를 봐야 한다.

그 뒤로 제과 실기, 제빵 실기를 각각 봐야 한다.


뒤이어 있는 시험들에 한 번에 붙지 않더라도 나는 쪼꼬미 딸내미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2005년 2.5 kg 작게 태어난 첫째,

자기 인생 그림을 엄마인 나보다 일찍 그리기 시작한 첫째,


친구 같은 첫째 딸이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한 엄마다.


"딸! 1차 제과 필기 합격 축하해!

이제  제빵 필기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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