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글을 쓰는가?
과거에 갇혔다.
매일을 누구보다 충실히 걷고 있는데, 돌아보면 제자리였다. 뫼비우스의 띠를 걷는 것도 같고, 때로는 살아낸다는 것이 착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발버둥을 쳤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빽빽한 계획표로 무장하면 길이 보일 것 같아, 나를 채찍질했다. 남들이 보기엔 갓생러. 그러나 결과는 처절한 실패였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지치지 않고 나를 괴롭혔다.
조금 느슨한 계획이 문제일까? 열심을 다하지 않고 있어서일까? 더 촘촘하게 빡빡하게 계획을 세워도 결과는 같았다. 아니, 상황은 악화되기만 했다.
현재가 과거가 되어야 겨우 살 수 있었다. 과거로 넘어온 현재는 깨진 유리창처럼 부서져 흩어졌다.
현재가 없으니 미래는 당연히 보이지 않았다. 삶이 흩어진 사람이 겪는 후유증은 무섭다.
시간과 목적과 희망을 잃고 그저 걸어 나가야 한다. 거기에 조각난 시간들이 이곳저곳에서 수시로 괴롭힌다. 간절하게 현재를, 오늘을 되찾고 싶었다.
내가 쓰는 글은 그 지긋지긋한 “과거”에 대한 이야기다.
시작은 10여 년도 더 된 그날의 일로 시작한다. 주변의 지인 중에는 “사골”처럼 우려먹는다고 질책하는 사람도 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시기임이 틀림없지만, 돌지 못한 전환점이 된 그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해주고 싶다. 강산이 바뀔 만큼의 세월을 지나서야 겨우 용기를 냈다. 피하지 않고 마주해 보기로 했다. 징그러운 과거를 속 시원하게 마주하고, 이제는 나의 조각을 다시 모아보고 싶다.
이 길도 오늘로 가는 길이 아닐 수 있지만, 과거에 갇힌 나를 구원하고, 조각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으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마음껏 나의 시간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 글은 그렇게 조각을 모아 오늘 되찾고 내일을 되찾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