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랑 May 15. 2024

당신은 나를 잊었을지 몰라도

< 삶의 다정한 목격자 >

당신도 좋은 어른입니까?   

  

이맘때 되면 생각나는 분이 있다.

불온했던 시절, 나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줬던 분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의 성장에 있어 '좋은 어른'은 너무나 의미 깊은 존재다.     

나의 인생 드라마 중 하나인 '나의 아저씨'의 지안(아이유)에게도 

동훈(故 이선균)은 구원의 존재였다.

지안이 그런 좋은 어른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안은 그렇게 계속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있었을 것이다.     



“지안, 평안에 이르렀나?”

“네. 네!”     


'나의 아저씨'는 '좋은 어른'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드라마였다.


약자에게 강하게 굴지 않고 손 내밀줄 아는 사람.

그 사람에 대해 알기 전에 편견을 갖고 오해하지 않는 사람.

손 아랫사람이라 할지라도 미안한 일을 했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정중하게 사과할 줄 아는 사람.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늘 객관화를 하고 나를 돌아봐야 할 거 같다.

        

좋은 스승을 만난다는 것     


고등학교 시절.

첫 담임 선생님과 만나던 날.

선생님은 내 이름 세 글자를 보고는 '내 첫사랑이랑 이름이 똑같네'하시며

'너 반장해라'하셨다.

내 이름은 흔한 이름이 아니었기에 아이들은 모두 선생님의 말을 믿었다.

재밌어하는 눈치였다. 선생님의 러브스토리도 궁금했고.

선생님은 다리 한쪽이 불편하셨는데,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하셨다고 한다.

1년 내내 선생님은 나를 '제일 못생긴 놈'이라고 부르시며, 관심을 가져

주셨다.


이유 없는 편애는 아니었다 생각한다.

선생님의 첫사랑과 이름이 같아서도 아니라 생각한다.

입학부터 나는 어떠한 계기로 선생님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학생이었다.

그런 나를 선생님은 선생님 방식대로 관심을 가져주신 거라 생각한다.

힘든 일이 있어도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나까지 엄마를 더 힘들게 하면 안 되지' 하고 나는 좀 일찍 철이 들어 있었다.

누군가 나를 걱정해 주고 지켜보고 있구나 하는 것은 꽤나 든든했다.

사랑받는다는 느낌만으로도 속이 따뜻했던 시절이다.     


중학교 시절, 수학선생님도 생각난다.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그분은 수업 말미, 5분이나 10분가량을 남겨두고 

수업 진도 외의 다른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여학생들이 살아가며 필요한 생활의 팁도 있었고, 좋은 팝송 가사나,

시, 영화 이야기도 해주셨다. 나는 그래서 수학시간이 좋았었다.  

아마도 선생님은 시골이다 보니 문화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바쁜 부모님들에게 듣지 못할 그런 정보와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선생님은 정말 좋은 어른이셨구나, 감사하게 됐다.

물론, 좋은 선생님만 계시진 않았다.

이유없이 폭력을 행사하던 선생님도 계셨다. 지금같으면 당장 난리났을 일들이

난무하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지금도 그렇듯 좋은 선생님들이 더 많았다.


인생의 많은 스승들     


스승은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녔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큰 행운이다.  

   

“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나니,

선한 자를 가려서 따르고,

선하지 못한 자를 가려서

자신의 잘못을 고쳐라.”

-논어 중-   

  

하지만 꼭 선생님이 아니어도 돌아보면 주변에 나를 좋은 곳으로

인도해 주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나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도 있고,

본보기로 삼아 닮고 싶은 사람도 있고,

존재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어 나를 살게 하는 사람도 있다.     

시리즈물의 성공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 '범죄도시'의 배우 박지환이 TV프로그램

에 나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박지환은 인생의 고민 앞에서 늘 엄마가 생각나 엄마를

찾았다고 한다. 엄마와 삶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 그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배우 박지환에겐 어머니가 어머니면서 좋은 스승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돌아오는 스승의 날.

나는 한 번도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지 못했다.

너무 늦지 않도록 선생님께 연락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오늘도

나는 주저했다. 

   

내 인생에 머무르며,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던, 그리고 주고 있는 

좋은 어른들. 나의 스승들.

그들은 나를 잊었을지 몰라도. 나는 그들을 기억한다.

오늘, 그들에게 또 한 번 감사하다.                    


작가의 이전글 사과받지 못한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